내 서랍 속 흑염룡

나를 지지해 주는 존재들에 힘입어

by sekikumo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인 말콤 글래드웰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창의적인 많은 사람이 균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는 타인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한는지에 너무 많이 신경 쓰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들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설명한다.




그와 달리 나는 무언가를 쓸 때, 독자의 눈치를 무진장 많이 봐왔다.

독자들이 진짜로 좋아할까? 솔직히 지금 이 소재는 너무 구시대적인 선정 아닐까.

이 장르는 독자들이 혼라스러울 수 있어. 이 문장은 너무 과격해.


독자를 위해 글을 쓰다보면, 이 무한의 검열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어나가지 못한 생각과 기획이 한가득이다.

물론 이렇게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나가면서도 훌륭하게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분들이 존재한다.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러나 나에게 맞는 방식은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하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겠다.


물론 이렇게 쓰려고 마음 먹으니, 어지간히 쫄리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돈을 쌓아 놓은 것도 아닌데, 이런 글을 써서 과연 먹고 살 수 있을까.

건방지고, 자기중심적이고, 하나도 재미 없는 그런 자기객관화 박살난 글이 나오면 어떡하지? 내 노트북 폴더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또, 우유부단의 끝판왕이 등장했다.

무슨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그 생각의 안 좋은 점이 쑥쑥 자라난다.

도대체 이런 생각은 또 왜이리 잘 하는지, 지금까지 독서를 성실하게 해 온 업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한 글을 세상에 내놓기도 전에 아무것도 못하다가

노트북에 어떤 글 비스무레한 것을 썼다 지웠다가를 반복할 가능성이 지금은 훨씬 높다.

아까 말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런 글들이라도 밖으로 내보내야, 이 세상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고로, 나는 이제부터 피험자가 돼 보고자 한다.

내 마음대로 글을 쓰고도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지에 관한 실험이다.



머리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나 같은 모자란 인간이 글을 써내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안다.

이렇게라도 하지 못하면, 계속 완벽한 무언가를 구상만 하고 있을 것이니까.

하지만,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에는 두 존재의 진심 어린 조언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여보 글 재밌는데"


"냐아~"


적어도 이들에게는 내가 쓰고 싶어 쓴 글이 재미있게 느껴졌다니,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어 보고자 한다.)

한 번 마음가는 대로, 글을 적어 보도록 할까.

기꺼이 내 서랍 속 흑염룡을 꺼내 보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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