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의 어린 시절

허튼 기대는 하지 말자.

by sekikumo


구름이의 어린 시절 얼굴을 기록한다.

과연 성묘가 된 구름이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이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까.


작디작은 이 어린 생명체가 매일 우리에게 다가와 놀아달라고 보채고, 곁에 있기 위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근처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커피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그 근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 잠을 잔다.


그렇게 구름이를 가까이 바라보다 보면, 하나 깨닫는다.


우리가 사준 물건은 잘 안 써주네... ㅠ


구름이는 우리가 나름 거금을 들여 산 캣타워에도 잘 들어가지 않고, 숨숨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아예 안 쓰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충분히 잘 써주고 있다. 하지만 구름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 구석진 곳이다.

그곳에서 구름이는 세상 편하다는 표정으로 잠을 잔다. 그루밍을 하고, 우리를 감시(?)한다. 우리로서는 그래도 이왕이면 푹신하고 튼튼하고 깨끗한 곳에 있어주길 바라는데 구름이 입장은 그렇지 않나 보다.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존재는 나름의 이유를 각각 지니며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허튼 기대를 해버리면 곤란하다고 이번에 또 깨닫는다. 지금의 구름이가 꼭 우리가 사준 물건을 잘 써주기 바라는 마음은 분명 허튼 기대에 속할 것이다.


구름이가 지금처럼 예쁘고 귀엽게 크길 바라는 마음 역시 대단히 허튼 생각이다. 그러한 마음 역시 버리기로 한다. 그저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일을 방해하고, 보채고, 우는 구름이의 저 사랑스러움을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거창한 말이 되었지만

결국 해야하는 말은 하나다.

건방떨지 말고,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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