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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Dec 14. 2023

국제학교 방학 일주일 전

엄마는 바쁘다.

벌써 아이들 방학이 코앞이다. 한국이라면 아이들 방학 학원스케줄 짜는 것으로 바빴겠지만, 그렇다 할 사교육이 없는 이 나라에서 엄마들은 방학 몇 개월 전부터 가장 먼저  '비행기표' 구입과 '숙박예약'을 하기 바쁘다. 미리 구입을 해야 모든 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몇 개월 전에 발리행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누가 보면 팔자 좋겠다고 할 테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자카르타는 정말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방학 때 근교로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할만한 미술관, 박물관도 없다. 그나마 갈 곳이라면 방학 때 열어주는 학교 도서관 정도랄까?  그리고 올해 하반기 내내 이곳의 공기는 너무 좋지 않아서 아이들과 나는 잔기침이 없어지질 않았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바빴던 학교 일정으로부터 몸을 이완하며 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국제학교 방학 일주일 전 일정들을 살펴볼까?

방학 전 엄마들의 모임 ( 골프, 커피, 식사 등)

본국으로  아이들이 방학생활을 하러 가기 전 플레이데이트

인도네시아 생활을 마치고 다른 나라 혹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송별회

학교 공연준비 및 공연 참석

아이들 교실 방학 전 파티 준비

등이 있다. 한국의 방학식 일주일 전과 비교해 보자면 많이 다르다.


엄마들과 

'벌써 다음주가 아이들 방학이에요.'라는 푸념과 도시락으로부터의 해방을 외친다. 

이렇게 말한 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눈떴다가 눈을 감으면 하루가 다 갔다고 느껴질 정도다. 나는 둘째 아이의 교실의 Room parents ( 반대표 부모. 크게 하는 일은 없지만 교실의 자잘한 행사를 챙긴다.) 맡고 있어서, 함께 하고 있는 다른 룸맘( Room parents를 줄여서 룸맘, 룸데디 라고 한다.)과 반행사를 어떻게 챙길지 이야기를 나누고, 주문해야 할 음식이 있다면 주문을 했다. 마침 행사가 아이들의 Holiday concert와 같은 날이었다. 공연 시작은 7:45 am.  한국 학교 등교시간을 생각해 보면 7:45는 이른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바쁜 남편에게 그래도 아이들 커가는 한 순간을 놓치지 말고 보라고 반차를 쓰게 하고 콘서트장에 앉혔다. 


딱 이 정도 느낌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연말 콘서트 느낌이다. 노래는 케냐의 jambo bwana를 불렀다.


Holiday Concert라고 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할 것 같지만, 무슬림 국가의 다양한 종교가 있는 국제학교에서는 예수나 마리아가 등장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민속음악, 인도네시아 민속악기 등을 연주한다. 그래도 징글벨 정도는 좀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콘서트 분위기에서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쉬웠다. 공연은 한 시간 반 정도 소요 됐다. 딱딱한 공연장의 의자에 엉덩이에 못이 박힌 느낌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나는 아이들 교실파티를 위해서 주문해 둔 컵케이크를 픽업하러 케이크 샵에 들렸다. 케이크를 교실에 두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학교 엄마들과 함께하는 Zumba 교실에 갔다. 줌바를 마치고는, 엄마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점심식사 후 아이들을 픽업해서 집에 오니 빨리 침대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남편이랑 하루 있던 일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침대에 누우니 잠이 쏟아졌다. 


30도가 넘는 땡볕에 카트 없이 걸으며 치는 골프는 너무 힘들었다. 9홀만 치고 바로 아이들을 픽업하러 출발했다.


다음날은 방학 전 엄마들과 마지막 골프도 치러 나갔다. 내일은 학교수업이 11시에 마치는데, 둘째 아이 엄마들과 아이들 등교 후 잠시 만나 브런치 모임도 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일정을 다니며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도 기본 4시간은 된다. 덜컹덜컹 거리는 자카르타 아스팔트 위를 4시간 왔다 갔다 하는 건 내가 운전을 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체력소모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차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는 무법지인 도로 위에서 나는 마냥 편하지만 않다. 사고가 날 것 같은 순간들이 몇 번씩이기 때문이다. 기사아저씨를 탓해야 할지, 인도네시아 교통상활을 탓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이렇게 내일이면 아이들의 겨울방학이다. 인도네시아에 겨울은 없지만 방학식 이름은 사계절의 시간순서의 이름을 따른다. 매일 왕복 한 시간이 넘는 등학교길, 그리고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뜨거운 인도네시아 날씨에서 뛰어놀고, 무엇보다 미세먼지 최악의 이곳에서 숨 쉬며 사느냐고 힘들었을 우리 가족에게 겨울방학은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모두들 방학 잘 보내고 내년에 건강하게 만나자는 인사를 남기고 모두 긴 휴가를 떠난다. 나도 다음 주에는 발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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