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마음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엄마들과의 모임이 잦다. 월화수목금토일 중에서 거의 매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주치고 인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운동도 같이하고, 밥, 커피도 함께 자주 먹고 마신다. 그 이유는 우선 집안일을 해주는 가정부가 있고, 아이들은 오전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학교에 있어서 엄마의 여유시간이 넉넉하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약속 잡는 것도 쉽게 잡고 잘 만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여러 엄마들과 같이 중식을 먹으러 갔다. 즐거운 모임이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 내가 한 말을 곱씹으며 마음이 찜찜했다.
‘그 엄마가 내 나이를 물었을 때, 내가 너무 늦게 답했나? 나는 다들 나보다 연배가 있는데, 내가 너무 저 어려요!라고 하면 안 될까 봐 바로 댜답하지 않은 건데..’
‘그 엄마 딸도 외동인데, 내가 외동딸에 대해 편견을 갖았나?’
‘내가 아까 너무 말이 많았나?’
'내가 너무 힘든 내색, 좋은 내색 다 티 내지는 않았나? 어른답지 않게 왜 그랬지'
집에 도착 후에도, 이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핸드폰 화면만 바꿔가며 보기를 한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불안함과 찜찜함 사이를 퐁당퐁당 하는 것 같았다. 샤워를 한 후 마사지 도구로 여기저기 몸을 풀면서 마음도 풀어본다. 어차피 지난 상황들이라 내가 다시 고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곳 한인사회와 3년 차 주재원 엄마의 관계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좁다. 그래서 더 이런 기분이 밀려오면 오래간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여러 엄마들이 엄마들과의 모임에 참석을 하지만 나와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종종 있을 것이다. 요즘은 엄마들 모임에 나가지 않는 이유에 공감하는 엄마들도 있고, 그와 관련된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하지만 타지에서 아이들 학교 활동이 내 사회 활동의 범주에 속하다 보면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갈 수가 없다. 그리고 친인척 없는 이곳에서 엄마들과의 유대관계는 중요하다.
이랬던 기분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로 몸을 노곤하게 만들고, 운동으로 피로해진 몸을 침대에 맡기고 한숨 자고 나니 어제의 기분이 거의 사라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