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잔소리
국제학교 학부모 3년 차가 되었다. 누구도 하지 않는, 국제학교를 보내는 한국인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 곧 주재원 생활을 시작할 주재원 와이프들이 외국학교 가서 꼭 알았으면, 그리고 당부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한국엄마들이 국제학교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한국애들은 지금 공부 엄청 할 텐데'
'한국에서는 이런 퀄리티는 상상할 수 없는데'
'한국이었으면 지금 난리 났다.(교육이나 여러 측면으로)'
이러한 생각으로 국제학교를 보내면, 국제학교에 만족할 수 없다. 평생을 한국교육 시스템에 있던 나에게 국제학교는
'이 돈을 내는데, 진짜 이것밖에 안되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공부를 어릴 적부터 많이 시키는 나라에서 살던 부모라면 사실 미국식 국제학교는 '놀다'만 오는 학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가치과 이유를 찾으면 이곳이어서 내 아이가 누리는 것들이 많다. 만 5세에 이곳에서 학교를 시작한 내 아이들은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워낙 밖에서 뛰어놀기 때문에), 자연에 대해 친숙하고 (벌레, 흙이 주변에 많아서 맨발로도 잘 다님), 체력이 한국의 아이들보다 좋다. 하지만 한국의 아이들보다 연산을 못하고 국어 이해도는 좀 떨어진다. 그리고 핸드폰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주변 친구들도 핸드폰이 없다. 그래서 엄마들끼리 동남아시아에 사는 아이들을 '순수'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하다 보니 초4병, 중2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운동을 많이 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말대꾸할 힘이 없을 때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자기 바쁘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교육이 더 났다고 할 수없지만, 현재 내 아이들이 사교육에서 자유롭고 아이답게 클 수 있는 현재 이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
브런치에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다른 작가분들이 적은 그곳의 어린이집 글을 읽은 적이 종종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에서 어린이집을 보내며 적은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퍽이나 공감이 갔다.(그 글이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thenetherlands/133 ) 국제학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어린이집을 보면 한국의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한 가지 가십을 풀자면 A학교 영아반에 한 아이가 이마가 긁혀서 왔다. 그 아이엄마의 화와 분이 느껴지는 인터넷 밴드의 글을 읽고는 아이의 이마가 심하게 깨진 줄 상상했다. 하지만 그 엄마가 인도네시아 한인 커뮤니티에 본인의 상황을 호소하며 올린 아이의 이마의 상태는 살짝 긁혔던 상태였다. 그 엄마는 학교에 CCTV오픈을 요구했지만, 이곳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는 교실마다 CCTV가 없다. 그 엄마는 어떻게 교실에 CCTV가 없을 수 있냐부터 아이가 다쳤는데 왜 다쳤는지 모르냐부터 단단히 화가 글에서 느껴졌다.(물론 어린 내 아이가 다쳐오면 부모의 속은 상한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거기까지) 그 교장은, 한국인 엄마의 태도에 당황하며 학교이사회에 그 엄마를 고소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내 추측하건대 학교 교장에게 이메일로 해서는 안된 언행을 취한 건 아닌가 싶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위생, 청결, 아이 돌봄이 이곳에는 없다. 그리고 이곳은 보육을 위해 맡긴다는 개념이 아니다. 어린 나이부터 교육을 위해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약간의 불편함과 공동체생활을 익히는 장소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어린이집, 유치원이 집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국제학교입장에서 가장 힘든 학부모는 '한국학부모'가 아닐까 싶다. 국제학교에서 한국아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하고, 한국아이들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때 한국학부모들은 학교에 거세게 항의를 한다. 실은 나도 그랬다. 나의 첫째 딸이 전학 온 첫 학기에 좀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만 6살이었던 내 딸은 내일이 걱정돼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누구에게 맞고 온 적이 처음이라서 잠 못 이루는 나날들 이였다.
나는 학교에 이메일을 했다. 담임에게 이메일을 했지만 바로 교장에게 답이 왔고, 학교에서 같이 미팅을 하자고 했다. 미팅날 학교 참석을 하니 그곳에는 총 세 명이 함께 했는데 '담임선생님'은 없었다. 두 명의 교장과 아이들의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카운셀로 이렇게 세 명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나에게 미국인 세명과 함께하는 공간이 나에게 쉽지는 않았지만 나는 차분하게 잘 이야기를 전달했다. 학교는 그리고 상담마지막에 교장선생님은 나에게
'절대 엄마들끼리 연락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마세요'
라고 부탁을 했다. 상담 이후에도 종종 있는 내 첫째 아이의 속상함에 바로 그 아이의 엄마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더 헤아려 주고 아이 스스로가 그 상황을 잘 이겨 낼 수 있도록 가르쳤다. 학교의 카운슬러 선생님에게 아이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학교에서 이 상황을 해결하도록 넘겼다. 국제학교를 다니며 어떤 어려움이 있다면 담임에게도 함께 이메일 첨부 목록에 넣되, 상황 해결은 교장과 카운슬러가 한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좋겠다. 난 이 부분이 교사에 대한 보호와 교사가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작고 소소한 일조차 아이에게 생기면, 일일이 부모가 해결해 주는 것이 의례적 이였다. 나도 국제학교 2년 차쯤에는 아이에게 생기는 친구관계문제.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을 깊이 들어주되 스스로 해결하도록 학교와 아이에게 넘겼다. 아이는 학교 다녀오면
"엄마 오늘 A가 나에게 가운데 손가락 욕을 했어. 그리고 그 아이의 도시락 가방으로 나를 세 번이나 쳤어."
"엄마 나 오늘 그네 타고 싶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밀치고 B가 먼저 탔어."
그 외에도 점심시간에 그리스에서 온 친구가, 둘째 딸의 점심 도시락을 보고
"으 역겨워"
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내 아이가 관계갈등의 무균실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니고, 나는 아이에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너의 불편한 마음과 생각을 친구에게 정확하게 표현하라고 했다. 주재원으로 동남아 국제학교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학교를 보내는 부모님이라면 아이가 학교에서 겪은 일에 대해 학교에 모든 것을 따지기보다는 내 아이의 마음 단단함을 먼저 챙기는 것이 우선순위임을 말씀드리고 싶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은 국제학교에도 통한다. 워낙 한국은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있다. 국제학교에 입학하면, 학교를 믿고 학교의 시스템을 한번 순응하며 따르라고 하고 싶다. 이곳에서 계속 한국의 교육시스템 개념에 사로잡혀 계속 한국의 것을 요구하는 엄마들을 보게 되면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 한국부모뿐 아니라, 워낙 공부 열심히 하고 커리어 탄탄하게 쌓은 엄마들과 아빠들이 모이는 곳이 국제학교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학부모들도 어떤 실수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부모님이라면 위의 내용을 참조하셔서 더 즐겁고 만족스러운 국제학교 생활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