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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May 13. 2024

개인 운전기사가 있다는 것.

다들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주재원 가족이 개인 운전기사를 고용할 수 있는 주재원지는 몇 곳 없다. 몇 곳 안 되는 곳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다.

한국에서 월급쟁이 외벌이였던 우리에게는 상상할 수 없던 생활이다. 가정부와 운전기사!

아마도 내가 겪는 가정부와 운전기사에 대한 어려움을 구구 절절 설명하면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아무리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도 깊게 공감하지 못한다. 타주재 원지에 있는 주재원분들도 우리가 운전기사가 있다고 말하면

"와 좋겠다" 

고 하나같이 말씀하신다. 하지만 나와 남편의 의견은 다르다.


운전기사 있어서 좋은 거 아니야?

좋은 면도 있다. 누군가 대신 내 차를 운전해서 이곳저곳 데려다주는 것은 편리하다. 문장 그 자체로 봤을 때는!



그렇지만 내가 하는 게 편하겠어

나는 3년 동안 약 열 명의 기사가 거쳐갔던 것 같다.

어제도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일을 잘해주길 바라던 기사가 바로 어제 또 키를 주고 가버렸다. 같이 일했다가 정말 별로여서(급정거, 급출발, 운전미숙 등으로) 바꾼 기사도 있지만 그들이 스스로 갑자기 떠나는 기사들도 있다. 이유는 아이가 아파서 고향으로 가야 합니다 / 가족에 일이 있어서 가야 한다 등의 이유들이다. 사실 이 이유는 진짜 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의 진짜 속사정을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정말 힘든 건 그냥 바로 그전날 통보하고 가버리는 부분이다. 내가 다른 기사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바로 전날 갑자기 통보한다. 이렇게 바뀔 때마다 아이들 등하교 방법을 알려주고 나와 합을 맞추는 일이도 보통일이 아니다. 기사가 갑자기 그만두면 아이들 등하교부터 내 일정까지 타격을 받는다. 이렇게 계속 일상에 영향을 받다 보니 어제가 기사가 또 그만뒀을 때는 진짜 내가 이 나라에서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내가 겪은 어이없는 상황

1년가량을 일 잘하고 있던 A기사. A기사는 툭하면 돈 빌려달라는 말을 빈번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몸이 아파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퇴직금을 달라고 말했다. 사실 우리가 그를  해고한 것도 아니고 일한 지 1년이 다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시간을 생각해서 우리는 퇴직금을 주고 빠이~ 했다. 그리고는 그다음 날부터 매일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 기사를 구했나요?'

라는 메시지를 매일 보내왔다. 그는 퇴직금을 '급전'처럼 받고, 어차피 기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시기였던 걸 알았던 그 시간을 이용해 우리 가족을 힘들게 했다.


기사들과 가장 큰 문제는 '돈 좀 빌려주세요'이다. 운전기사 계약서에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말 것'이 넣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일지 짐작이 될 것이다. 외국인을 호구로 아는 건지, 돈을 야금야금 빌려달라고 한 기사들이 많다. 정이 많은 한국인들은 그렇게 돈을 빌려줬다가 못 받은 사람들이 많다. 돈만 받고 잠적한 기사 이슈가 정말 많다. 


그 외에 내가 겪지는 않았지만 들은 에피소드들

- 자동차에 기름을 빼가는 기사

- 차를 개인 용도로 쓰는 기사

- 톨카드(한국의 하이패스 같은 카드인데, 이 카드로 편의점 이용이 가능하다)를 기사가 개인목적으로 사용

- 제일 큰 스토리는... 차 가지고 도망간 기사 ( 그래서 우리 집은 차에 추적장치를 달아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운전기사가 필요해?

인도네시아 도로와 교통상황이 운전하기 쉽지 않다. 전 세계 최악의 교통체증의 도시인 자카르타는 운전의 피로도가 매우 높다. 좁디좁은 골목길, 울퉁불퉁한 도로 위, 그리고 정말 많은 오토바이 속에 루저 같은 자동차... 교통체증 속에서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외국인이 운전하다가 작게 실수하면 아무리 내 과실이 적어도 인도네시아 인은 인도네시아 사람을 편들어준다. 




어제 그만둔 기사는 대체할 기사 번호를 주고 갔다. 다른 방법이 없던 나는 오늘  넘겨받은 번호의 기사와 함께 외출을 했고 정말 힘겨웠다. 나이가 있으셔서 운전경력이 어느 정도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길을 모르고, 내가 미리 구글맵 링크를 공유했지만 그것을 잘 보지 않고 운전을 했다. 웬만한 기사라면 다 아는 곳을 아얘 찾지 못해서 내가 뒤에서 왼쪽, 오른쪽 계속 알려줘야 했다. 그리고 차선변경, 후진 시 신호를 전혀 주지 않아서 뒤차가 빵빵 거렸다. 내가 이 열 번째 기사를 경험하며 '운전 잘하는 기사' 란 브레이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 같다. 브레이크를 쩌걱 쩌걱 쪼개서 밟는 기사, 부앙~ 달리다가 갑자기 뽜~ 악 밟아서 뒤에 앉은 사람이 앞으로 쏠리게 하는 기사의 차는 나는 절대 타지 못하겠다.

 우리 집 둘째는 오늘 이 기사의 차를 타더니

"엄마 나 너무 속이 안 좋아. 이 아저씨 너무 운전 이상해..."


이렇게 살다가 한국에 가면 숨통이 틔이는 기분마저 든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어떤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고 지하철, 버스를 이용해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다. 


내일 새로운 다른 기사를 또 만나보기로 했다.. 부디 이번기사가 나의 인도네시아 마지막 기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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