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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의 쾌감

다쓰는 인간이 되고싶어

by Kifeel co

공병의 쾌감

나는 소비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처럼, 소스를 빨리 다 먹었으면 좋겠고 화장품 공병이 하나 나오면 쾌감마저 든다. 작은 병 하나인데 이거 하나 다 쓴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쾌감까지...

그럴 것도 그런 것이, SNS 광고를 보면 이 제품 저 제품 다 좋아 보이고, 내가 쓰고 있는 얼굴 에센스를 다 쓰기도 전에 안 써본 저것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올라온다. 저거 쓴다고 내가 갑자기 어떻게 변신하는 것도 아닌데 마흔을 곧 앞두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마케팅의 속임수에 잘 빠진다.


우리 같이 써요~

한때는 인플루언서와 내가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제품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 저 사람은 절대 제품을 헛투루 팔 일은 없을 거야, 하면서 사 보고 시도해본 것들이 몇 가지던가.

나는 인플루언서의 후원자처럼 지갑을 스스륵 열었다.

블로그 마켓 시절부터 인스타 마켓까지... 그들이 말하는 '우리 같이 써요~' 라는 말에 나는 현혹됐다.

어느순간 인플루언서들이 '이거는 꼭! 같이써요' 라는 말을 하면 '그렇게 같이 쓰고싶으면, 공짜로 나눠주지 왜' 혼자 답하게 된다.


내 화장품 캐비닛은...

공병.jpg 각종 샘플, 에센스,두피케어, 눈건조케어 등등...

그렇게 좋다는 것들을 하나둘씩 사다 보니 내 화장대는 실험실 같다. 주름 완화, 화이트닝, 수분, 잡티 등등으로... 물론 그중에 좋았던 제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화장품들은 거기서 거기 다 비슷했던 듯하다. 최근에 제약회사에서 나온 화장품들이 꽤 괜찮아서 제약회사에서 만든 화장품을 애용하고 있다.


공병이 될 때까지 탈탈 털어 쓰기. 꼭꼭 짜서 끝까지 다 쓰기가 요즘 내 챌린지다. 예전에는 이거쓰다 말고 저거쓰다 말고 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린 화장품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특히 색조 화장품은 더 그렇다.

샴푸, 바디 샴푸도 다 쓰기 전에 세일을 하면 사두곤 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올해 최대 세일을 외쳐도 내년에도 또 세일을 하겠지 라는 생각.


공병 하나가 나올 때마다 느끼는 이 묘한 성취감. 오늘도 작은 에센스병을 깨끗하게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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