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가장 좋은 시절

by BONAVIA

남편은 가족과의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시아버님은 주말마다 남편과 아가씨를 데리고 여기저기 많이 다니셨다고 한다.

그에 반해 사업으로 바쁘셨던 친정아버지는 1년에 가족여행이 여름 휴가, 그리고 아빠가 나 혹은 오빠를 데리고 영화 한 편 보여주는 것이 연간 행사일 정도로 그렇게 많지 않았다. 1년에 반 이상은 외국에 계셨으니, 우리 원가족은 가족과의 시간보다는 각자 시간을 보내고 각자 잘 지내는 방식에 익숙했다.

결혼해서도 나는 남편과 주말에 꼭 붙어 있기보다는, 내가 보내고 싶은 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 했다. 그 부분을 맞추느라 신혼 기간에 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를 낳았다. 쌍둥이를 데리고 한 번 외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남편은 아이들이 돌이 지났을 무렵부터 속초를 시작으로 주말마다 외출, 또 외출이었다. 내가 남편을 만나기 전에 다녔던 여행보다, 남편을 만나고 둥이를 출산한 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 국내 구석구석의 추억이 훨씬 더 많다.


주재원 기간 4년 동안도 그랬다. 당분간 해외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없겠다 싶을 만큼, 남편은 휴가지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 기간 동안 가볼 수 있는 여행지를 다 가보려 애썼다.


저번 주에는 거의 3개월 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에게 첫 썰매를 태워주고 싶어 평창에 들렀다가, 강릉으로 가서 바다를 봤다. 차를 타면 멀미를 종종 하는 아이들이라 드라이브를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지만, 즐거운 경험을 하려면 어쩌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엄마 아빠가 이끄는 대로, 아이들은 미식도 즐기고 볼거리도 즐겼다.


KakaoTalk_20260218_132027116.jpg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조용한 뒷자리를 돌아보니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사뭇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모든 것을 우산처럼 커버해주시던 그 시절. 놀다 지쳐 차에 타면 뒷자리에서 맘껏 잠들고, 집에 도착하면 흘린 침을 닦으며 일어나던 그때. 여행 뒷정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부모님 곁에서 자식으로 편히 있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때는 몰랐다.


운전하는 남편에게 말했다.

"저렇게 부모 따라 차 뒷자리에 앉아 여행 다니는 게 얼마나 좋은 시절인지, 쟤네는 모르겠지?"

남편이 대답했다.

"저렇게 따라다니는 아이들 데리고 여행 다니는 게 우리한테 좋은 시절이지."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래, 맞지.




남편은 언제나 말한다. 아이들이 저렇게 우리와 함께 여행을 다녀주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저렇게 엄마 아빠를 찾는 시기가 정말 몇 년 안에 끝난다고. 그래서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할때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다닐 수 있을 때 더 많이 다니자고 한다.


항상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사는 내게, 아이들과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배우자를 두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북클럽 for 주재원 와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