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받은 편지와 선물
SNS에서 나는 한 권의 시집 같은 사람을 만났다.
요리를 하는 그녀의 피드는 달랐다. 재료 하나하나를 예술 작품처럼 다루는 방식이, 내가 막연히 동경하던 어떤 삶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소피'라 불리는 사람.
몇몇 DM은 메시지를 한두 번 주고받아도 어서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소피님과의 대화는 달랐다. 주고받은 메시지 하나하나가 너무나 주옥같았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면, 그런 사람 곁에 가서 있으라고 했던가. 나는 그녀랑 조금 더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직접 만난 적도 없는데, 그녀는 내가 딱 받고 싶었던 메시지의 형태를 정확히 건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피가 이벤트를 열었다.
직접 농사지은 귀한 것들을 나누는 이벤트였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그녀와 연결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내가 당첨이 된 것이다!!
1번, 2번, 3번 상품 중에서 나는 굳이 3번을 골랐다.
소피님의 손이 한 번이라도 더 닿은 것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소망이 닿았다.
택배 상자를 받았을 때 정말 오랜만에 산타에게 선물 받은 기분이였다. 그 상자 안에는
소피의 손편지와 산책길에 모은 씨앗. 직접 담근 장아찌(수육과 먹으니 꿀맛이었다), 피클(금귤이 들어가니 이런 맛이 나는구나 싶었다), 수제 오디청(요거트와 함께라면), 매실청(아이들이 황매실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서로 다투었다. 젤리보다 더 맛있다고). 건 참표고, 자색 무, 사과ㅡ즙.. 등
그리고 손편지에서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읽으니, 그 자연물들이 미술관의 오브제가 따로 없었다.
요즘 나는 맨땅에 헤딩하듯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할 결과는 아직 없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족을 서포트하다 남은 시간에 나를 위해 뭔가를 하다 보니, 온전히 한 시간 이상 집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이들의 긴 겨울방학 탓도 있고. 조금 지쳐 있었다, 솔직히.
그런 와중에 소피님의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
온기가 없을 것 같던 SNS에서 건너온, 온기였다.
소피에게 받은 재료 하나하나가 너무 귀해서, 어느것 하나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다. 받은 그날로 자색무는 피클을 만들고, 건표고는 국물 내어 보내준 곤드레와 함께 밥을 지어먹었다.
오랜만에 팬팔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손편지 두 장을 읽고 또 읽었다.
힘들 때, 자존감이 바닥으로 꺼지는 것 같을 때. 다시 꺼내 읽고 싶은 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