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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Jun 07. 2022

미역국 한 그릇이 힘이 될 수 있다면

타향살이 힘이 되어준 미역국

미역국은 참 만들기 쉬운 국 중에 하나이면서

국이 갖고 있는 의미가 특별하다. 

산모가 산후조리할 때 꼭 먹는 국

생일 때 꼭 먹어야 하는 국.

인생에 가장 축복받는 때에 먹는 미역국.




그렇게 의미 깊은 미역국을 한솥 끓여놨던 어느 날.

신랑이 단신부임(A 동료)으로 혼자 와서 계시는 동료분께

'음식 한 거 있으면 좀 갔다 드리면 어떨까?' 하는 말한 마디에

미역국, 과일 등을 보내드렸다.

미역국은 반찬 필요 없이 밥 한 그릇에 김치만 있으면 뚝딱이니까

혼자 계신 분께 최고의 국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달 후, 신랑이 그 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이 정말 그 미역국 한 그릇으로

힘을 내어 이곳에 잘 적응하고 머물 수 있다고 하셨다고 했다.

'응? 미역국 때문에?'



내가 음식을 보내던 날 A 동료는 오신지 한 달이 채 안되셨던 날이었다.

퇴근길에 이곳의 일이 너무 힘에 부치고 내가 생각한 주재원 생활이 맞나?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퇴근하시는 길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맡겨둔 국과 과일을 받고는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주변에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면서

앞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받으셨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저녁에 눈물이 펑펑 쏟았다.

내가 한 음식이 한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위로할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과

음식이 그렇게 큰 힘을 갖였구나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눈물을 멈 출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주변에 음식 나누기 좋아하는 나인데

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누군가 혼자서 와계신다고 하면

누군가 아프시다고 하면

누군가 힘드시다고 한다면

나는 또 1회용 통을 꺼내 냉장고를 열고 무엇을 만들어 나눠드릴까 하며

더 열심히 나누게 될 것 같다.(이미 저번 주에 벌써 또 바리바리 싸서 아픈 다른 동료분께 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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