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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Jun 15. 2022

내(네) 인생에 댓글이 미치는 영향

그건 당신의 생각이고.

쌍둥이 임신 후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알고 싶었다.

두려웠고, 걱정됐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준비를 잘하고 싶어서였다.

임신 출산 카페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많이 읽어보고

나도 궁금한 것을 남겼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타인의 글에 나도 댓글을 참 많이도 달았다.

공감이 돼서.. 누군가에게 좋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느낌이 좋아서...

슬픈 사람에게는 힘내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나의 고민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카페에 올리기도 하고, 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면서 나의 경험담을 정성껏 올리기도 했다.


이곳 동남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에도 자카르타 맘 카페에 가입해서 여러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며 나도 '그들'과 같이 준비해서 왔다. 이것이 있으면 좋아요, 이거 사 오세요. 저것도 필요합니다 등등. 수많은 글을 보며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해 이미 경험한 사람들의 글은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나의 댓글은 타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을까?



헌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나의 댓글은 타인에게 얼만큼 영향을 주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내가 불특정 타인에게 받은 조언이 정말 내게 도움이 되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나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할애해서 댓글을 달았는데 내 댓글을 받은 그 사람은 

내 댓글에 고마워 하기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맘 카페의 여러 질문 글에 댓글 달기를 주저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일보다, 쓰다가 지우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남아에 어떤 옷을 사 가지고 가야 할까요?라는 글에

'그다지 밖에 나갈 일이 많지 않아요.'라고 댓글을 단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정말 외출이 많아서 외출복이 많이 필요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어떤 이는 '재킷이나 겉옷을 많이 챙겨 오시면 좋아요. 의외로 몰은 많이 추워요.' 하는데

나는 몰에 들어가서 겉옷을 입은 기억이 손에 꼽는다.  이것도 사람마다 추위와 더위에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내 친구는 동남아에서 화장은 사치라고 했는데

나는 이곳에 와서 그렇게 맨날 아이라인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 학부모 커피 모임도 꽤 있고, 은근 인도네시아 사람들 정말 치장에 관심 많아서

나는 이곳에서 한국보다 더 화장을 하고 다닌다. 

맘카페 사람들이 제습기를 꼭 사오라 해서 사 왔는데

나는 주거환경을 '아파트'로 정했고 에어컨을 거의 매일 키고 살다 보니 제습기는 필요가 없었다.

통조림이 비싸니 골뱅이 등 스팸 많이 들고 오라고 했지만

한국에서 안 먹던 통조림 식품은 여기서도 안 먹어서 유통기한이 넘어가기 일 수.


동남아의 삶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의 케이스도 얼마나 많은데 한 사람의 경험이 나와 같은 수가 없다.

나는 모유가 너무 많은 케이스라 사실 출산 후 가슴 마사지를 바로 시작할 필요가 없었는데, 어떤 분이 젖몸살이 오기 전에 미리 가슴 마사지를 받으라고 해서 그렇게 아이가 젖 물리기 전에 가슴을 너무 자극하는 바람에

인큐베이터에 있는 작은 아가들이 내 젖을 물지도 못하는데 가슴만 다 불려놔서 너무 고생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삶에 댓글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


소셜미디어가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요즘. 

불특정 다수의 만나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내 결정, 내 삶에 준 영향을 생각해 보면....

그러한 댓글과 글에 맹신했던 나날들을 생각해보니 내가 다는 댓글도, 다른 사람의 댓글에 좀 회의적이게 됐다. 응원, 공감, 칭찬의 댓글은 달지만, 어떤 조언을 얻고자 하는 글에는 댓글을 잘 달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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