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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Jun 17. 2022

자카르타 김치 선생 데뷔

내가 김치를 가르쳐 볼 줄이야!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김치는 내 손에서 탄생하는 음식이라고 상상해보지 않았다.

아무리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김치는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친정엄마 김장할 때마다 가서 김치 속 넣는 것을 돕기는 했지만, 어깨너머로 보이는 김치는

맛도, 재료의 비율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김치는 밥상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이지만,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보여서 엄두가 안나는 분야였다. 

김치는 어떻게 만드냐고 친정엄마에게 여쭤 보지도 않았지만

물어본들 아마도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셨을 것이다.

" 눈대중. 맛보면서 넣고 빼고 해야지"



김치를 너무 좋아하는 우리 가족


7살 내 딸들도, 나도, 남편도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

타국에서 김치를 어떻게 하지? 친정엄마의 김치를 어떻게 얻어먹을 수도 없는데...

다행히도, 인도네시아 찌까랑에서 김치를 만들어서 파시는 분이 계셔서 그분의 김치를 간편하게

카톡으로 주문해서 2주에 한 번씩 배송받아먹었다. 

그렇게 먹기까지 6개월. 아무리 그분이 정성스레 만드셔서 파는 김치보다 집 김치가 그리워진다.

뭐랄까... 사 먹는 김치가 입에 물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좀 자극적이다.


포기김치는 김치를 절구는 것도 일이고 속 넣는 것도 큰일이라

겉절이를 맛있게 담가보고 싶어졌다. 특히 칼국수집에 가면 항아리에 담겨 있던 그 김치.

명동교자 가면 나오는 마늘 가득 김치.


내가 김치 고민을 하고 있었던걸 알았는지 고맙게도 유튜브에 

'3대째 내려오는 레시피'라는 겉절이 영상이 내 눈에 딱 걸렸다.

그리고 비주얼이 내가 원한 그 김치 비주얼이다.

과정을 쭉 보아하니 어렵지 않아 보여서 과감하게 그다음 날 도전해본다.


레시피가 심플하고, 딱딱 떨어지니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맛이 정말 내가 원했던 그 김치 맛이다!  남편 입맛에도, 내 입맛에도 맛있고

아이들도 엄마 김치 최고라면서 너무 잘 먹는다. 

그리고 여행에 김치 한통 가져가니 다들 맛있게 잘 먹어주니 김치에 자신감이 붙는다.


겉절이에는 수육. 너무 맛있어서 삼시 세 끼를 수육을 먹었다. 그래도 그 맛은 질리지 않는다.




그렇게 두세 번 만들어본 겉절이를 다들 배우고 싶어 해서 두 명 정도 집에 초대해서

겉절이 담그기를 알려주었다. 아이들 등교 전 새벽에 김치를 툭툭 썰어서 소금에 절여두었다.


자카르타에서 이렇게 맛나 보이는 배추를 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알려달라고 하던 엄마들도 김치를 집에서 만드는 건 상상해보지도, 시도해보지도 않았던 분야다. 다들 사 먹어보기도 했지만, 타지 생활 오래되니 집 김치가 그리워질만하다.  A4용지에 레시피를 꼼꼼히 적어서 나눠 주었다.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너무 어려워서 시도해보고 싶지 않다고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쉽다고 느껴야 집에 가서 만들어 볼 테니 말이다!


막 만든 겉절이와 명동교자 스타일로 만들어본 칼국수로 김치 만들기 수업 마무리



다들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해준다. 타국 생활에 막 한 집 김치 오랜만이라며 맛있다고 칭찬을 해준다. 집에 다들 1kg씩 싸서 보냈는데, A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인도네시아 섬에 있다가 자카르타로 한 달 만에 온 남편이 김치만 두 접시를 먹었며, 김치 만드는 법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크게 들었다. 막 만든 김치가 너무 맛있고 오랜만이라고 고맙다고 한다.


타지에서 내가 항상 먹던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특히 김치를 먹는다는 게 

큰 행복이고, 큰 즐거움이다. 특히 이 김치는 이상하게도 사 먹는 것보다 꼭 집에서 만들어야

맛있는 음식 중 하나인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인도네시아에 김치 선생으로 첫 데뷔를 했다.

한국에서 있었다면 상상도 못 할 장면이다. 내가 김치를 가르친다고?


인도네시아 스타일의 김치 말고, 한국 집 김치 맛은 어떤 맛인지

한번 꼭 다른 외국 엄마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배추김치와 더불어 총각김치, 열무김치, 석박지, 동치미 등 다른 김치도 도전하고 싶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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