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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Nov 10. 2022

부모님과 함께한 자카르타-1

결혼 후 엄마 아빠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10월

자카르타에 생활한 지 1년 3개월 즈음 부모님이 이곳에 오시기로 하셨다.

부모님은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해외여행이라 설레셨을까?

사실 나는 부모님이 오셔서 기대가 된다기보다,  '부모님 자카르타 도착'만 생각해도 어깨가 무겁고 부담이 됐다. 무엇을 해 드려도 늘 평가를 내리시는 친정엄마와, 삼시세끼 한식을 드셔야 드신 거 같다는 친정아빠를 모시고 어떻게 무엇을 보여드려야 두 분이 만족하실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어려웠다.


딸이 주문한 너무 많은 한국 택배를 이고 지고 오시느냐고 두 어르신을 내가 좀 고생시켰다. 내가 부탁드린 짐 외에도 손녀들 주신다고 가지고 온 짐들도 한아름이었다. 밤 10시가 다되어 자카르타 딸 집에 도착하신 아빠는 허기지신다고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셨다. 나는 후다닥 라면을 끓여 드리고 엄마가 꺼내는 짐들을 여기저기 제자리 찾기를 하느냐 정신이 없었다. 부모님 잠자리를 봐드리고 내 방에 와서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너무 피곤했는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 도시락 준비와 등교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도 모시고 자카르타 시내 관광을 시켜드릴 생각을 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첫째 날 일정


Bank of Museum ------- > Cafe Batavia ----------> 발마사지 --------------> 아이들 학교 픽업----> 집 


나도 자카르타에 있으면서 자카르타 북부는 처음이었다. 100년 이상 되었다는 카페 Cafe Batavia와,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였을 때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을 구경시켜 드릴 겸 북부로 갔다.

부모님과 구경을 하다가, 건물이 꽤 멋있는 은행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다. 인도네시아 초등학생 아이들이 단체로 들어가길래 우리도 한번 구경이나 하자며 들어갔던 Bank of Museum.

뜻밖의 건물 내부의 깊이와 역사의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는 박물관 분위기에 아빠, 엄마, 나 모두 만족했다. 

박물관 내부의 스테인글라스,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이런 공간 너무 귀하다.
타일로 된 벽돌, 반질 반질한 손잡이 건물의 두께 스테인 글라스 모두 너무 멋있다.



그리고 얼마 만에 찍어보는 셋이서 찍는 사진인지! 사진 찍을 일이 많이 있었지만, 쌍둥이가 태어나고는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셋이 찍을 일이 드물었다.

사진 찍고 나서 이 사진을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결혼하고 출산 후  이렇게 셋이서 찍은 사진은 보기 드물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나도 부모님의 '자식'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결혼 후에는 아내, 며느리, 아이를 낳고는 엄마라는 역할에 너무 몰두해서 일까?


박물관 구경 후, 100년 이상 되었다는 카페를 갔다. 자카르타에 오랜만에 여행자의 기분으로 다니는 것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부모님과 커피 한잔씩 마시고, 오래된 이곳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파틱 천이 깔려 있고,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반질반질한 나무들.








한국에서 오시느냐고 힘드셨을 부모님을 모시고 발 마사지까지  받고 아이들 학교 픽업을 갔다.


내일은 부모님과 함께 처음으로 골프 필드를 나간다. 내 골프 짐이 아니라, 두 부모님 모시고 갈 골프 짐을 혼자서 다 준비하려니 정신이 없다. 드실 간식, 물, 음료 캐디 비용, 예약 확인 등 보통 챙길 것이 많은 게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내가 전적으로 부모님을 의지 했는데, 이렇게 부모님이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신 것도 처음이다, 내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안 되는 이 상황도 처음이라 기분이 이상했다.

아이들 방학 때 한국에 가서 부모님 신세만 지느냐고 눈치가 여간 보이는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온전히 내가 다 해드릴 수 있는 상황이 감사했다.


이렇게 부모님과의 여행 첫날이 순조롭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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