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함이 그립다.
내가 '담백하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였지?
담백하다
(淡白하다)
형용사
1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
2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 이 집의 반찬 맛은 담백하다.
3 음식이 느끼하지 않고 산뜻하다. 담백한 음식.
문득, 내가 '담백하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에서 '담백' '담백'이라는 읊조리는데 어색했다. 담백.. 담.. 백..
내가 매일 보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다. 옛날에는 칼만 나와도 모자이크처리 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 영상물에서 안 나오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렇게 까지 잔인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상매체에서 담백함을 찾기가 어렵다. 보면 볼수록, 알고리듬은 조금씩 더 자극적인 영상으로 나를 이끈다. 그러한 영상물의 자극에 조금씩 무뎌지다 보니 잠깐만 잔잔한 해도 내 집중력을 잃어버린다. 이렇게 나의 시각에서 담백함이 사라졌다.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맛의 담백함도 사라졌다.
이곳에 있다 보니 안 사던 미원, 다시다 등을 산다. 재료의 맛이 부족하고, 맛을 깊게 내는 것이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미료로 손이갔다. 그래서 집밥인데도 혀를 당기는 맛을 추가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음식이 대부분 달고, 짜고 자극적이다 보니 이곳에 살면서 내 미각은 담백함을 잃은 거 같다.
나의 관계에도 담백함이 없다.
나이를 먹어가며 나의 행동과 말이 담백하기 보다는,설탕발린 언행과 자연스럽지 못한 리액션 등이 늘어간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다를 보호기 위한 막으로 나를 겉치장하다 보니 담백하지 못하다. 관계도 담백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나라의 언어로 잘 표현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말 '담백'
나에게 담백함은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콩죽, 잣죽의 맛 같다. 기본적인 재료로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맛은 진하고 순수하고 깊다. 내가 담백함을 잃은 건 타국에 살고 있어서 인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 인지 잘 모르겠다. 문득 이 담백함이 너무 그리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