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양분.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 삶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팠던 부분이 '멘토'와 '영감' 이였다.
한국에서는 배우고 닮고 싶은 멘토가 주변에 있어서, 그분을 따라서 나도 무언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지인들에게 받는'영감'도 항상 나를 자극하고 성장하게 했다. 나에게 영감은 중요했다. 내 성향은 주변에 영향을 잘 받기도 하고, 좋은 영향은 내 삶에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주변인맥이 좁기도 하고, 인맥이 대부분 아이들 학교로부터 만들어진 인맥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거 같다. '엄마'로서만 그 모임에서 나는 존재하니깐... 나를 맘껏 들어내 보일곳이 적었다.
그러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던 미술관에서 다시 그 작은 영감을 받았다. 아이들과 전시관람을 다 한 후, 미술관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바로 옆테이블에서는 미술관 관계들의 미팅이 있었다. 뒤에 테이블에서는 예술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앉아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를 조금 들을 수 있었다. 과거 나도 미술관에서 일하던 시절이 어렴풋 떠오르며,
'아 나도 다시 뭔가 하고 싶다'라는 영감을 주변에서 받았다.
그동안 영어공부,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잘'하고만 싶었지 '왜' 잘해야 하는지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단순히 학교에 있는 외국엄마들과 대화를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 혹은 내가 바하사를 조금 더 듣기 위해서는 나를 책상에 앉게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미술관에서 영어로 회의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아 나도 영어를 더 공부해서, 저렇게 영어로 회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매일 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미술관의 전시과 교육프로그램을 보니
'내가 인도네시아어와 영어를 둘 다 잘할 수 있다면 한국에 돌아갔을 때 미술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로 하던 안 하던, 내가 이렇게 상상으로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고, 이런 생각이든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그런 기분을 안고 집에 오니, 집안 구석구석을 더 잘 다듬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을 살피고 나니, 내 몸도 더 잘 살피고 싶어서 마트에 가서 야채와 과일을 사 와서 저녁을 건강하게 먹었다. 이 영감이 내 몸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책상에 앉고 싶고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고 싶다. 또 그것을 도구로 '엄마' 혹은 '주재원 와이프'가 아닌 다른 타이틀을 다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