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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Mar 15. 2022

갑자기 그만두지 좀 마세요.

미리 말해주면 안 되니

2021년 10월 29일 우리집 기사의 두 번째 월급날이었다.

남편이 회사에서 조금 늦였고, 저녁 늦게야 월급을 보내려고 하는 그 찰나에 

기사가 잘 안 하던 전화까지 왔었다. 당연히 월급을 달라는 전화였다.

남편은  저녁 먹기 전에 한 달 월급을 계산해서 보내주었다.


그리고는 2021년 10월 31일 오전 11:00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죄송해요. 저는 아이를 돌봐야 할 것 같아서 고향으로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 뒤로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도, 그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사를 소개해준 남편의 회사 기사도 그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하...


이 나라에서 기사가 없음이란..

그냥 하루 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 아무 곳도 나는 내 차로 갈 수 없다.

당장 내일 학교 등교해야 하는 아이들은 어떻고?ㅠㅠ

이번 주 나의 약속은 또 어떻고....


어찌 보면 이 나라에서 내가 사는 동안 일어날 일이었다.

그 일이 일어났고, 나의 기분은 괜찮다 괜찮다 말하면서도 괜찮지 않았다.

당장 이 나라에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앱을 깔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순간 내가 최근 들어 일을 많이 시켰나? 싶기도 하고

금요일 월급 받고 그날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필 내일 등교를 앞두고

일요일 오전에 말하고 연락 두절은 무엇이며 ( 나 엿 먹으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래 저녁에 갑자기 연락 오지 않은 게 어디야..ㅠㅠ) 

정말 이것저것 따져보자면 끝도 없는 물음표에 느낌표는 없기에 더 이상의 질문은 멈추기로...


이나라 운전이 진짜 오토바이도 그렇고 차선도 어렵고 그런데, 이런 상황이 닥치니

너무 내가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들었다. 내가 운전만 가능하다면, 운전기사가 그만둔들 이렇게

내 생활(특히 아이들 등하교 문제)이 이렇게 타격받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기사가 이렇게 떠나고 나니, 내가 가장 의존하고 있는 식모도 어느 순간 떠난다고 하면 그 일 또한 겪어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기사는 구해질 것이다. 구해지고 또 그와 합을 맞추는 데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번 기사가 워낙 일을 잘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시간 약속 한번 어긴 적 없었고 아주 센스 있게 일을 잘했다.


이번 주에 좋은 기사가 잘 구해지길

또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상황이지만

오늘 하루 마음이 무거운 건, 기사가 구해질 때까지 좀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는 건

어쩔 수 없다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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