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feel co Nov 07. 2023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

아이의 친구 엄마는 인플루언서들.

이곳에 처음 와서 가장 많이 놀란 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엄마들과 작은 커피 모임 후에도 단체사진, 밥 먹고 단체사진 등등 그냥 만나기만 하면 단체사진 및 인스타그램 스토리 영상을 꼭 찍었다.


한국에서는 엄마들끼리 단체로 잘 모이지도 않을 뿐더러, 모이더라도 사진을 거의 찍은 적도 없고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서 식당이나 카페의 직원에게 사진부탁을 잘하지도 않았다. 맨 처음에는 이런 상황에 쭈뼛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던 내가 점점 포즈도 자연스러워지고 다른 모임에 가서 단체사진! 하고 요청하는 이가 내가 되어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국엄마들이

"인도네시아 사람 다됐네" 한다.

이렇게 영상을 남기고, 사진을 찍는것을 좋아해서일까? 주변에 인플루언서가 많았고, 그렇게 되고싶은 인도네시아 엄마들이 많은것 같았다.



아이들 등하교 때 학교를 가면 엄마들이 귓속말로

'저 엄마가 팔로워가 67.6만 명이야'

'저 엄마가 여기 제일 유명한 연예인 이잖아."


한국에서 내지인이 팔로워 천명만 돼도 놀랬는데, 몇십만 명 이상 넘어가는 인플루언서 엄마들이 학교에 이렇게 많다니! 아침에 등교할 때 항상 카메라가 붙어서  영상을 찍는 엄마가 있는데, 그 엄마는 인도네시아에 유명한 배우라고 한다. 어떤 엄마는 아이의 등하교 모습의 스토리를 매일 찍고 올린다. 그 엄마는 여기서 유명한 모델인데 정말 아침마다 걸어올 때마다 어떻게 몸매가 저렇게 이쁠까 생각이 든다(그녀의 남편 또한 모델 경력이 있었어서, 학부모의 날 그들이 걸어오는데 학교가 런웨이가 되는 것 같았다.).


엄마들 10명과 커피를 마시러 갔다 하면, 그중에 반은  다들 인플루언서였다. 놀랍게도, 그 엄마들 중 누구 한 명이 빠지면 그렇게 영어로 그 빠진 엄마의 험담 하기가 바빴다.


"그거 알아? 거기 부부는 거의 이혼위기래. 남편집 돈 보고 결혼했는데, 지금 그 남편이 본가에서 거의 내쳐진 상태라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서, 지금 그 엄마가 거의 남편 버린 수준일걸?"

"그 엄마 안티팬 계정 따로 있어. 봤어?"

"B엄마는 본인 아이 우는 거 절대 못 찍게 해. 막 우는 거 찍으면 난리 나"


나는 이 부분이 정말 너무 놀라웠다. 같이 만날 때는 그렇게 웃고 서로 눈웃음 하더니! 그 엄마 없을 때 험담을 해서 나는 속으로 앞으로 서로 어떻게 보려고 저러나 싶다. 한데 그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인사하고, 그녀의 인스타 계정에는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를 해놨다.

나는 이런 모든 부분이 관심도 없는 영역이거니와 공감이 안돼서 점점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 엄마들과 하는 커피 모임이 피곤해졌다. 그리고 그들도 내가 주재원 신분이고 딱 봐도 월급쟁이 와이프. 한국인이라는 것 빼고는 그들이 나에게 관심 갖고 친해지려는 마음은 크지 않았다. 그들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세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인스타에 태그를 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주고받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나와 공감되는 부분이 없었다. 특히 대부분 집에 아이마다 내니가 있고, 집안일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인스타에서 아이를 돌보는 영상이 나 오거나하면, 연출된 모습이라는 걸 알기에 그녀들의 인스타그램 보는 것이 피로도가 올라갔다. 거의 이곳 엄마들은 밖에 활동하기 바쁘지, 아이 챙기려고 집에 꼭 가야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아이는 내니에게 맡기고 몇 주씩 해외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 집 아이와 플레이데이트를 하고 싶으면, 그 집 내니와 연락하는 것이 빠를 때도 있다. 


아이들 학교에 매일 아빠가 아이들 등하교를 담당하는 집이 있었다. 그분 와이프는 뭐 하는 분이실까? 했는데 인도네시아에 유명한 '틱톡커'였다. 내 둘째 딸과 같은 반인데, 그 엄마가 틱톡에서 하는 것을 보며

'우와 어떻게 이런 영상을 찍을 수 있지?' 하고 놀란다. 나는 그중에 영상 하나만 따라 하고 해도 못할 것 같다.


정말 너무 사소한 것도 지나칠 정도로 업로드한다. 아들이 포경수술하는 날 병원의 모습, 아픈 아이의 병원 입원 기와 왜 아픈지 이유를 계속 업로드한다.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다. 이렇게 대형 인플루언서를 한국에서 옆에서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 친구의 엄마들이 평범해 보이는데 다들 팔로워가 몇십만 씩 있는 인플루언서인 것이 새롭다.



작가의 이전글 이슬람국가에 산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