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줄어든 이유

by 마음뚠뚠

퇴원하고 한동안 나는 내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식사 자리에서도,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놀라며 물어보면

그때의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해주곤 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진땀이 나길래 병원으로 갔는데, 바로 스텐트를 넣었죠.”

“손목에 스텐트 넣은 곳은 살짝 아프긴 했지만, 지금은 멀쩡해요.”

사람들은 “정말 큰일 날 뻔했네요!” 하며 놀라워했고,

그 반응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마치 죽음을 이겨낸 사람의 무용담처럼,

내가 잠시나마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료 중에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 친구 중엔… 그때 못 버틴 사람도 있어요.”

그 말이 머리를 세게 때렸다.

이후에도 들려왔다.

같은 병으로 쓰러졌다가 일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소식,

체한 것인 줄 알고 일반 외래로 가서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이야기,

자다가 못 깨어나신 이야기,

퇴원하자마자 다시 병원으로 실려간 이야기 등 등.

그때부터 나는 내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됐다.

누군가 “그 일 진짜 무서웠겠다”라고 말하면

그저 “운이 좋았죠.”라고 짧게 대답했다.

죽음을 한 번 스쳐간 일은

자랑이 아니라, 그저 기적처럼 주어진 기회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요즘은 회식 자리에서도, 점심 식탁에서도

굳이 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대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세상엔 아픈 사람, 잃은 사람, 두려운 마음을 안고 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이제는 안다.

말이 줄어든 자리에,

조용한 감사가 남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내 삶을 단단하게 붙잡아준다.

이제는 말보다 숨소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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