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이후의 시간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새로운 달력이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하루하루를 세어본다.
평균 수명을 계산해 보니 앞으로 약 9,000여 일.
숫자로 보면 많아 보이지만,
9,000이라는 숫자 속에는 단 하루도 허투루 쓸 수 없는 무게가 있었다.
예전의 나는 늘 서둘렀다.
일을 앞당기고, 사람을 맞추고,
늘 ‘해야 할 일’로 하루를 채웠다.
하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채우려 한다.
아침엔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신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들이마시며
심장이 조용히 뛰고 있는지 느껴본다.
그 리듬에 맞춰 오늘의 나를 깨운다.
짧은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작은 노트에 하루의 목표를 한 줄 적는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미소를 건네자.”
“오늘은 내 몸을 아껴주자.”
그 문장들은 거창하지 않지만,
하루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아침을 즐기는 나로서는 평소에 먹던 다양한 계란 요리와 더불어 흰 살 생선과 야채를 더 먹고 있다.
다만 평생 스타틴과 아스피린 계열의 약을 아침 식사 후에 먹어야 한다.
이는 피에 쌓일 수 있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기 위함인데, 평상시 유지했던 수치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유지됨에 다소 놀라고 있다.
아 그리고 가끔 심장 주변에 느껴지는 아픔이나 꺼림칙한 느낌이 있을 때, 주변 계단 다섯 개 정도를 걸어 올라가 보라. 올라가도 숨이 막히거나 올라가는데 힘들지 않다면 심장에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시라. 너무 자주 그러면 병원에 가야겠지만 간단한 테스트로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치의의 사려 깊은 안내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전엔 흘려보내던 시간들이
이제는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회사도, 거리도, 가족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의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살아내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을 살고 있다.
남은 9,000여 일,
그 모든 날이 꼭 찬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하루를 다 쓰고 잠들 때,
“오늘도 내 하루는 나답게 아름다웠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