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마음뚠뚠

새롭게 나를 생각하게 된 이후로 벌써 1년 하고도 4개월이 흘렀다.

다행히 건강하다. 그리고 작지만, 내겐 아주 큰 변화가 있었다.


우선 이사를 하게 되었다.


어머니 댁 근처로, 그리고 딸의 학원 문제로 이사하고자 했지만 거의 1년 가까이 집이 팔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퇴원한 바로 다음 주, 믿기 어렵게도 집이 팔렸다. 심지어 그날 오후에는 지금 살고 있는 이곳과의 계약도 이루어졌다. 더 놀라운 건, 계약 이틀 전에 입금된 보험금이 계약금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게. 그저 ‘딱 맞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누군가가 “이쯤이면 좋겠다”라고 이끌어준 것만 같다. 이사를 서둘렀던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곳은 첫눈에 반한 만큼 이유가 있었다.

서울 인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자락이 주는 자연의 기운은 이전 신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편안했다.

아침마다 들려오는 청딱따구리와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소리에 눈을 뜨지 않을 수 없고, 문만 열어도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공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든다.


출근 전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천변을 한 시간 정도만 걸어도 하루치 에너지가 가득 채워진다. 쇠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원앙, 딱새, 곤줄박이, 알락할미새, 그리고 운이 좋은 날엔 해오라기까지 —

도감에서만 보던 새를 직관하는 즐거움과 새들의 환상적인 소리를 느껴보는 희열이 하루를 열어 준다.


물론 여전히 식후 약을 챙겨 먹어야 하지만,

그 순간조차도 ‘살아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아침 산책 후에는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그날의 멋진 일을 적듯, 아침엔 ‘감사한 순간’을 기록한다.

이제 내 하루는, 소박하지만 반짝이는 보물상자 같다.

일기에는 날짜 옆에 ‘목표 생존일로부터 남은 날’을 함께 적는다.

오늘은 9,153일이 남은 날이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리면, 남은 시간은 반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간다면, 그 시간은 충분히 반짝일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시간을 허락해 주고, 살갑게 이사까지 도와준

보이지 않는 손에게 최대한 그날의 아름다움을 채집해 그렇게 보답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런 루틴 속에서 우연히 만난 브런치 글쓰기는 내게 또 다른 선물이 되었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 놓여 있던 류귀복 작가님의 책을 우연히 집어 든 것이 이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회원가입하듯 가볍게 시작했던 글쓰기가

이제는 누군가의 공감과 응원을 받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뻑뻑한 글임에도 세심하게 읽어주고,

햇살 같은 댓글로 마음을 비춰준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덕분에 나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시간 사이에서

아름다운 책갈피 하나를 끼워 넣을 수 있었다.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며,

다음에는 새들의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고자 한다.

그들의 노래 속에서 다시 나를 들여다보는,

그런 시간으로 이어가려 한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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