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셔츠를 입고 출근 준비를 했다.
아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하루만 더 쉬면 안 돼요?”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냥 사무실에 잠깐 다녀올게.”
회사 문을 열자
며칠 전까지 중환자실에 있었던 내가
정말 그곳에 있었나 싶을 만큼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
복사기 소리, 커피 내리는 향기,
모니터 앞에 앉은 동료들의 대화까지 전부 그대로였다.
개인 폴더 위에 쌓인 서류들이 다행히 많지 않았다.
메일함엔 미처 답하지 못한 메시지들이 빼곡했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사람의 하루치 일상이라기엔,
너무 익숙하고, 평소보다 약간 바빴다.
점심 무렵에는 보험금 처리를 위해 병원에 다시 들렀다.
미리 준비한다고 진단서는 받았지만 이것만으로는 처리가 안된다.
벌써 15년 전에 완납된 보험사 콜센터를 통해 받은 문자에는 처음 들어 보는 네다섯 가지의 기록표가 필요했다.
수납 창구 앞에는 긴 줄이 서 있었고,
손에는 진단서와 영수증이 몇 장 들려 있었다.
서류 한 장 한 장이 내 생사의 기록 같았다.
창구 직원이 말했다.
“심근경색 진단서와 치료 기록 원본은 보험사 제출용으로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듣는데 묘하게 마음이 멈췄다.
‘이게 내 병이었구나.’
몇 줄의 의학용어로 요약된 그 종이가,
며칠 전의 고통과 두려움을 모두 대신하고 있었다.
보험사 콜센터에서 병원에서 나는 여러 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심근경색으로 입원했었어요.”
그 말을 할 때마다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는 게
아직도 실감 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이 높고 맑았다.
잠깐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바쁘고 평온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겨우 살아 돌아온 한 사람으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