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그날, 집 문을 열자 익숙한 풍경이 그대로였다.
꼬리가 떨어져라 뛰어와서 부비는 막내 다솜이,
신발장 위의 사진, 소파 위의 쿠션, 식탁에 놓인 과일.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이상하게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마치 유리벽 안에서 밖을 보는 듯한 이상한 굴절이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생사를 오가던 내가
지금 다시 이 공간 안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TV에서는 평소처럼 뉴스가 흘러나오고,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고,
딸아이는 숙제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나는 무언가 달라진 나처럼 3인칭으로 느껴졌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숟가락을 들 때마다 집밥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다.
우리 집 금싸라기가 이야기하는 친구 이야기, 그림 이야기가 오늘따라 더 재미있다.
거실 시계를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구나.
병원에서 잠시 멈춰 있던 내 시간과 달리,
세상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 사실이 조금 서운했고, 또 이상하게 안도됐다.
밤이 되어 불을 끄고 누워도
중환자실의 삐— 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소리 대신
딸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 냉장고의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평범한 소리들이 위로처럼 느껴졌다.
다시 돌아온 일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일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사소한 순간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희미하게 깃들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