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다시 세상 속으로

by 마음뚠뚠

상황은 심각했지만 처치는 오히려 더 간단하고 느껴졌다. 피가 안 통하는 동안 부서진 심장 단백질 수치가 어느 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에 응급실로 왔는데 수요일 오후에 퇴원이라니.

사실 상처라고는 오른쪽 손목에 작은 구멍 외에는 없기도 했고, 차분하게 나의 지난 일상을 복기해 보는 시간이었다.


오만가지 생각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지난 것은 지금 어쩔 수 없으니 앞으로 내가 보내는 시간을 정말 끔찍하게도 소중하게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방해되는 그 무엇도 없이 최대한의 효율을 내면서 바람처럼 지나가는 아름다움 들을 집착해야겠다 다짐했다.


가방에 챙길 물건이 그리 많지 않았다.

수건, 약 봉투, 그리고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 한 장.

하지만 마음속에는 더 무거운 짐이 있었다.

다시 그때처럼 아플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이번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

병원 문을 나서자 후덥 한데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살짝 지나가는 바람에도 더위를 이기는 살아 있는 냄새가 났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심장이 작게 두근거렸다.

그 두근거림이 이제는 고통이 아니라 생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서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천천히 살자.”

그 말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말없이 주차장까지 걸었다.

그 몇 걸음이 그렇게 멀고도 고마울 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창밖으로 지나가는 나무들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저 살아서, 이 길을 다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퇴원은 끝이 아니었다.

그건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는 첫날이었다.

심장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뛰고 있었지만,

그 박동이 내게 속삭였다.

“이제, 네 삶을 다시 써도 된다.”

이전 05화일반병실의 3일, 조용한 질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