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는 오래 움직이지 않는다.
몸을 접어두고, 목을 낮게 당긴 채
물 위를 바라본다.
그 자세는 기다림이 아니라 머뭇거림에 가깝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그 정지에는 머뭇거림보다 결심에 가까운 무엇이 숨어 있다는 것을.
최근의 나를 보면
말이 줄어들고, 대답이 늦어지고,
사람들과의 간격도 예전보다 조금 더 조용해졌다.
예전의 나는 그걸 불편해했다.
뭔가를 말해야 할 것 같고
말하지 않으면 멀어질 것 같고
멀어지면 사라질 것 같았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말이 없다고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왜가리는 움직임 없이
조용히 한 자리의 물을 지켜본다.
조급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줄 의도도 없이.
그 자세에서 나는
말보다 침묵이 정확한 순간을 배운다.
침묵은 도망이 아니다.
때로는
마음이 자리를 잡는 데 필요한 시간의 밀도다.
왜가리가 목을 길게 세우는 순간,
움직임 하나가
오래된 정적을 가른다.
그 순간은 짧지만
결은 확실하다.
"이제."
그 한 마디만큼의 움직임.
나는 요즘
그 한 마디를 마음속에서 준비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흔들리지도 않는다.
왜가리를 보며 느끼게 된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건
더 많은 말이 아니라
겹겹이 쌓인 침묵을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나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멈추면 된다.
왜가리는 오늘도
조용히 목을 굽혔다가
천천히 곧게 세운다.
그 사이의 정적이
나에게도 하나의 마음의 결을 남긴다.
나도 그 결을 따라
오늘은 말을 아끼고
생각을 너무 멀리 보내지 않기로 한다.
내 마음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