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닭: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로 한 날

by 마음뚠뚠

물닭은 눈에 띄는 새가 아니다.

색도 화려하지 않고,

소리도 반갑지 않다.

가까이 가면 도망치고,

멀리서 보면 늘 물가의 가장자리에 있다.


물닭은 물 위를 떠다니지만

완전히 물속에 몸을 맡기지는 않는다.

언제든 걸어 나올 수 있게,

언제든 다시 숨을 수 있게

한 발은 늘 준비된 자세다.

물갈퀴도 오리나 날다람쥐처럼 연결되어 있지 않고

마치 발가락에 튜브처럼 붙어 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원하는 것을

비슷한 방식으로 다뤄왔다.

원한다고 말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괜찮다”고만 말했다.


괜찮다는 말은

대부분의 상황을 무사히 넘기게 해 주지만

나 자신은 늘 남겨두는 말이었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을까.

욕심으로 보일까 봐.

실망을 안길까 봐.

혹시 말했는데 거절당하면

다시 주워 담을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나는

원하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서만 키웠다.


말로 꺼내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비겁한 평안이었는지 알았다.


물닭은

가장자리에 있지만

도망치기 위해 사는 새가 아니다.


그는

나아갈 방향을 알고 있는 채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존재다.


얼마 후 나는

아주 사소한 말을 꺼냈다.

크게 준비하지도 않았고

의미를 포장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걸 해보고 싶어.”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심장이 빨라졌다.


기대보다

두려움이 먼저 올라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을 꺼내고 나니

더는 숨고 싶지 않았다.


상대의 반응이

내가 상상한 것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했던 건

내가 나를 속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물닭은

위험하면 바로 물속으로 숨는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내밀고

천천히 앞으로 나온다.


숨는 법을 알지만

숨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크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확실하게 말하려고 한다.


원한다고 말할 것.

필요하다고 말할 것.

할 수 없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할 것.


그게 나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라는 걸

이제는 안다.


물닭은 여전히

가장자리를 걷고 있다.

심지어 아기들까지 데리고.


하지만 그 가장자리는

도망의 끝이 아니라

늘 출발선에 가깝다.


나도 오늘

그 선 위에 섰다.

원하는 것을 말해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제야

조금 단단해진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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