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음악을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곡이 좋았는지,
어떤 연주가 마음에 남았는지
기록해 두고 싶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음악보다
그 음악을 듣고 있던
나 자신을 더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쇼팽의 흔들림,
드뷔시의 여백,
보로딘의 벅참,
사티의 침묵,
슈만의 기억,
바흐의 반복,
라벨의 흐름,
모차르트의 가벼운 슬픔,
브람스의 늦은 위로,
라흐마니노프의 붙잡는 멜로디.
그 모든 것은
결국
내 안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음악은
나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미 지나가고 있던 시간들을
조금 더 또렷하게 보게 해 주었습니다.
무언가를 해결해 주지도 않았고,
정답을 주지도 않았지만,
그 자리에 머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처음과 달리 지금은
음악을 듣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좋은 곡을 찾기보다
지금의 나와 닿아 있는 음악을
조용히 틀어 두게 됩니다.
그 음악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그저
공기처럼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시간은 여전히 흘렀고,
일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하루가
아주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안의 결이
조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이제
음악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대신
그 음악을 듣고 있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 속의 나를
조금 더 직접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출장지의 밤,
혼자 밥을 먹는 시간,
낯선 도시의 아침.
그곳에서 만났던
조금 더 조용한 나를
기록해 보려 합니다.
음악은
계속 곁에 둘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음악을 중심에 두기보다
그 음악이 흐르고 있던
나의 시간을 중심에 두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조용하고,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