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물 이름은 몰라도 한 번쯤은 들으셨을 법한 내용입니다.
출처: https://ideasoho.tistory.com/68
프로크루스테스는 엄청 힘이 센 거인이자 날강도라고 하네요.
지나가던 사람을 납치해서 자신의 침대에 눕혀놓고, 그 사람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다리를 잘라서 죽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다리를 침대 길이만큼 늘려서 죽였다고 합니다.
한 가지 놀라운 건, 사실 그의 침대는 길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반전이죠.
처음부터 사이즈가 맞지 않도록 조절을 해놨으니, 그가 붙잡은 사람 중 그 누구도 침대 길이와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던 겁니다. 결국 그 침대에 누운 사람은 모두 죽을 운명이었던 거죠.
여러 곳에서 찾아보니, 이 이야기의 교훈을 '모든 것은 자기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것에 대한 경종의 의미'로 해석하던데,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에 숨어있는 단어는 '비교'입니다.
저는 비즈니스 모델, 글쓰기 등을 소재로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는데요, 1:1로 진행되는 코칭에서는 이런 일이 없는데, 그룹 수업을 할 때는 사전과제를 단톡방에 제출하고 수업 시간에 리뷰를 해드리다 보니 자신의 결과물과 다른 분들의 결과물을 비교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됩니다.
"와... 모두들 어쩜 그렇게 대단하신가요?"
문제는 이런 칭찬의 다음 말입니다. 보통 이렇습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큰일입니다.. ㅠㅠ"
제가 비교하지 마시라고 아무리 얘기드려도 소용없더라고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교육생이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누구하고도 비교를 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하다못해 '남들은 어떻게 했나' 궁금하기라도 하겠죠. 동물도 서로 비교한다는데 사람은 말 다 했죠.
그렇다 하더라도 비교의 결과로 자꾸 위축되고 자존감 떨어지고..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받게 할 순 없잖아요?
지난 토요일 줌(Zoom) 강의 중엔 농담 삼아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아니, 여러분! 여기 계신 분 전원이 '내 껀 별로고 남들 껀 너무 잘했다'고 얘기하시는데...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거면! 도대체 이 상황은 어찌 되는 거예요???"
채팅 창에 'ㅋㅋㅋㅋ'만 올라오더군요. ^^;;
자, 그렇다면,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절대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과, 비교해야 할 것을 통해서 비교의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1.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
절대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의 성과와 내 성과의 크기"입니다. 이건 애초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걸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결과물(아웃풋)입니다. 결과물엔 '과정'이 담겨있지요.
물론 '나도 열심히 했다고!'라고 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열심히'도 당연히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같은 과제라도 아웃풋을 내는 과정(프로세스)은 각각 다릅니다. 지식의 차이, 또는 투입한 시간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했느냐와 '열심히 + 제대로' 했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변수입니다. 과정이 다르니 성과도 당연히 달라집니다.
그러니 비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죠.
그렇다면, 무엇을 비교해야 할까요?
2. 비교해야 할 것
정말 비교해야 할 것은 "그 사람과 나의 '노력'의 크기"입니다. 즉, 성과의 크기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노력의 크기를 비교해야 합니다.
여기서 다시 난관에 부딪힙니다.
'아니, 당신이 방금 전에 얘기했잖아. 보이지 않는 노력을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단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렇죠?
방법은 이렇습니다.
성과(결과물/아웃풋)를 가지고 '과정'을 '추론'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닮고 싶은 결과물이라면, 그런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서 적용해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해야 진정한 비교입니다.
글쓰기에서 이런 방식으로 훈련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필사'입니다.
필사는 '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예전에 칼럼 필사를 몇 개월 했었는데, 한 문장을 몇 번씩 읽어본 후에 잠깐이라도 외우면서 쓰는 방법으로 필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하다 보니, 글의 전개나 문장의 표현이 더 깔끔해진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쯤 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비교"의 진짜 뜻은 무엇일까요?
내가 알고 있는 그 '비교'가 과연 맞는 걸까요?
자, 보세요.
유사점과 공통점, 차이점을 밝히는 일이 바로 '비교'입니다.
무엇이 같은지, 그리고 무엇이 다른지를 확인하는 것.
나아가서, 다른 것의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 차이를 좁힐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실천해 보는 것.
그것이 '제대로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다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가 그랬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자기중심적이 된 이유는 열등감에서 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떤 것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는 상황을 만들어 본인의 열등감을 해소하려 한 건 아닐까? 결국 이것도 '비교'가 만들어낸 슬픈 스토리가 아닐까?'
세상엔 '비교' 때문에 고귀한 생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도 원인이고, 개인적인 환경이나 성격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비교'의 진짜 의미를 알고 제대로 비교하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면, 누군가와의 비교 때문에 자신을 잃고 무너지는 일은 지금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서로에게 배우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비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