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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Aug 20. 2016

[1] 20일의 여름여행, 엄마에게로

[1] 20 Days of Summer Travel with Mom

어미새 머리보다 더 매끈하게 둥근 돌고래 머리를 가진 흰 비행기가 한 시간 뒤에 있을 이륙을 위해 준비중이다. 어제의 소동으로 집에서 일찍 나왔기도 했지만 인천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탑승수속이 이렇게 짧게 걸릴줄 몰랐다. 지금 난 5시간 넘게 이곳 인천공항에 속해 있다.


원래는 어제 한국을 떠나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서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비행일정이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천으로 넘어와 나를 태우고 다시 돌아가야하는 비행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정비문제로 샌프란에서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결과, 내가 타야만했던 샌프란시스코행은 결항되었다. 70만원 정도 저렴하게 가기 위해 환승하는 일정을 택했는데 비행기 정비문제라니. 그러나, 이러다가 여행을 시작조차 못할거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이 엄청 값질 것임을 알기에 기대만으로 오는 설렘을 앗아가고자 방해하는 어느 질투하는 영의 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빈 손엔 분명 티켓이 얹혀질 것이다.


7시가 되기 전인 이른 오전에다가 미국의 항공사중 하나인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운영하는 비행기라 유나이티드에 직접 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떨리지만 덤덤한 목소리로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결항사실을 공항으로 와서 알게된 나는 사전연락이 없었다는 사실 또한 전달했다. 전화 너머의 직원은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예정일보다 하루 뒤에 출발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일분 일초가 아까운 시점에 서 있던 난 빨리 가야한다며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조금은 다급한투로 질문했다. 잠깐 기다려 달라며 홀드를 걸었고 음악이 전화너머로 흘러나왔다. 약 20분 뒤에 음악이 멈추고 그녀는 내 이름을 불렀다. 제휴사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운행하는 항공편에 직항표가 있다며 그 표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예스! 70만원 덜 내고 환승없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기쁨이 주어지자 이기적인 생각이 내 머리안을 뒤집고 들어왔다. 무거운 짐도 끌고왔고 또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내일 다시 나와야할 생각을 하니 귀찮을 것 같았다.


“정말로 오늘 갈 수 있는 자리는 단 한 자리라도 없을까요?”


냉장고와 티비선을 제외한 (그러고 보니 티비선은왜 뽑고 나오지 않았을까...) 나머지 선들은 이미 죄다 뽑고 나왔고 쓰레기통도 비웠었기에, 하루라지만 정리된 집의 모습을 흐트리고 싶지 않았다. 물건들은 그대로 있지만,이미 떠난 마음으로 떠나온 자리에 있으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장거리를 왔다갔다해서 몸은 피곤해진걸까, 본래 가지지도 않는 낮잠을 몇시간 동안이나 소파에서 누렸다. 불편한 마음조차 잊어버렸다. 결국 밤엔 잠을 설쳤다.


다음날, 알람을 끄고 서둘러 준비해서 공항으로 왔다. 어제 있었던 갑작스런일로 미리 공항으로 가 있자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와서 수속과 출국 심사 등 모든 것을 끝내고 나니 탑승하기전까지 무려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정말 몰랐다.


예정일에 맞춰 떠나고 싶었다. 새 직장에서의 5개월로 인한 노곤해진 몸과 마음을 녹이고자했다. 낮에는 뜨거운 해가 내리쬐고 밤에는 살랑대는 바람으로 선선한 곳.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내 자신이 더 단단하게 자라나던 곳. 자갈과 모래가 덮인 땅 위에 서서 떨어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내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던 곳. 캄캄한 터널길을 걷고 있던 동생과 나에게 새 시작이 있음을 보여주던 곳. 그리고 내 어린시절, 앞에서 쓴소리와 부지런한 손과 발로 날 이끌던 엄마가 살고있는 곳. 성인이 되자 나의 빈틈을 헝겊으로 기워 덮어주기 보단 새 살이 자연을 알아가며 올라올 수 있게 내 뒤에서 날 조용히 지켜보던 엄마가 살고있는 곳. 우리중 제일 먼저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겸손히 지어진대로 살아보려하는 엄마가 살고있는 곳.


그래서 난

더 따듯하고 포근한 캘리포니아로 하루 빨리 떠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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