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lah Sep 08. 2016

What I Have Left Behind

남겨 두고 온 것 



남겨두고 온 곳. 36th Avenue and Crescent Street, Astoria, New York


 

 

당신을 따라 Motherland,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기 위함인지, 

지금 이 순간, 내 고향의 나라에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아직'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대신하듯, 

지금의 나의 상태는 조바심, 머뭇거림, 견뎌냄, 기다림, 

이 모든 감정이 섞여 있. 다행히 옆엔 그대가 있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4개월, 아스토리아에서 머물렀다. 

맨해튼에서 노란색 지하철 라인을 타고 

세 번째 정거장에서 내린 후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어느 인도 할머니가 세를 주고 있는 빛이 잘 들지 않았던 반지하에서. 


도시에서 그만큼 떨어져 있었다. 

평지보다 조금 아래에 있었다. 

도시와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했다. 

어쩌면 그렇게 거리를 두며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도 몰랐다. 

대학원 졸업 후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기 위함인지를. 


몇 개월 당신의 침묵 속에서 나는 물었고 또 물었다. 

아는 것은 오직 내 인생의 큰 그림이 다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 나의 흩어진 조각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생각과 고민의 연속이 

1000 개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퍼즐을 맞추기 위한

작지만 없어선 결코 맞춰지지 않을

필요한 한 조각일 수도 있기에, 

'아직'이라는 단어에 나는 좌절하지 않기로 한다. 

넘어서기로 결정해야만 한다.  


어제 아침부터 여기에는 비가 내리다 말다 한다. 

내리다 말다, 내리다 말다... 

뉴욕에서 4월과 5월을 넘어서는 그때

억수의 비가 내렸었다. 

내가 거하던 평지보다 조금 아래 그곳의 바닥을 이루는

카펫이 흠뻑 젖었었고, 

얼마 안 가 악취가 났던 그곳에서 

내 마음을 쓸어 담으며 머물러야 했었다. 


지금 나는 지면보다 10층이나 위인 친구의 집에서

따뜻한 마루에 앉아 

아스토리아 집의 창문보다 훨씬 큰 세련된 창문 넘어 내리는 

보슬비를 바라보고 있다. 


비는 오늘 내내 내릴 예정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