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in the Room
Back in the Room
어린 시절 나는 방에서 자랐다.
그 방은 내 소유였다.
그곳은 나무로 된 턱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곳이었다.
나는 때때로 밖을 뛰쳐나가기도 했는데,
장롱을 지나쳐 할머니방을 통과해야만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먼저는,
내 무릎을 갉아먹는 턱을 넘어야만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내 방 커튼을 걷어 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희미한 빛의 먼지가 진눈깨비처럼 흩날렸다.
그래서 난 어느 순간부터 커튼을 걷지 않았다.
대신 나에겐, 아빠로부터 받은 책상 스탠드가 있었다.
그와 친구가 되기 위해 그의 둥근 발을 조심스레 잡곤 했는데,
그 스탠드가 겨울에는 유난히 뜨거워졌다.
외로웠던 난, 그의 가느다란 몸뚱어리를 붙잡고선,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하며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의 머리맡에서, 책을 읽으며 자랐다.
그 시절, 글자를 읽을 수 있었고, 한글을 알았다.
아마도, 엄마 뱃속에서부터 한글을 갈망하였었는지,
나는 내 예정일을 지나 삼 주 동안 침묵하다가
한글날을 기념하며 밖으로 나왔다.
나는 나만의 의례가 있었다.
꿈을 꾸며 의례를 치르곤 했는데,
책상 앞에서, 곧고 딱딱한 의자 위에 동그랗게 말려 앉아,
낮에는 크레용으로 그림책 안의 잠자는 동물들을 깨우고
밤에는 큼직한 글자로 일기를 써 내려가면서
하루하루를 비밀리 영구화시키는 것.
그것이 내가 사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