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계획은 동쪽의 구라파. 체코 프라하 헝가리 오스트리아 빈, 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사고가 났고, 왠지 아직은 장거리 여행에 자신이 없어 비행기와 숙소를 모두 취소하고서 그나마 가까운, 그리고 기후도 적절하리라 판단했던 삿포로 행. 사고로 가슴앓이 한 엄마아빠께 조금이나마 효녀노릇 흉내라도 내보고자 처음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으로 계획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시국이 이렇게 냉랭하게 변했고,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이미 모든것을 취소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불편한 마음을 삼키고,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닌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된 이번 여름의 삿포로 행.
나는 부모님보다 이틀 먼저 8/4일 삿포로에 도착했다. 미리 조금 분위기를 익혀놓고 싶기도 했고, 조금이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해서. 도착하자마자 반겨준 것은 사진으로 이미 많이 보았던 도라에몽. 생각했던 것보다 신치토세 공항 국제선 영역은 그리 넓지는 않았다.
무조건 시내 이동은 리무진버스를 선호하는 편. 길치에 쫄보인 터라 차에 몸과 짐을 맡기고서 걱정 없이 어딘가로 데려다 주는 리무진 버스가 안심이 된다. 공항에서 나오자 마자 도라에몽 왼쪽으로 걸어 1층으로 내려가면 리무진 타는 곳이 나온다. 버스 표를 끊어도 되고, 내릴 때 요금을 직접 내도 되지만 왠지 표를 내고 간단히 내리고 싶어 기계로 스스키노까지 가는 표를 1100엔을 넣고 끊었다. 나카지마 코엔 행을 타기 위해 65번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나처럼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 있다.
리무진 시간표. 빨간 색으로 된 시간은 아마 직행 이었던 것 같다.
도착한 첫 날은 무척 화창했다. 그리고 더불어, 삿포로의 폭염 시즌이라 매우매우 더웠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날씨 -
숙소가 스스키노 역 근처였기에 스스키노 미나미3조 정류장에서 내렸다.
도착한 날이 일요일, 주말이라 스스키노역 근처에서는 이렇게 간이 무대에서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 답게 이런 소소한 공연이나 버스킹이 참 자주 열렸다.
엄마아빠가 도착하시기 전까지 나 혼자 이틀간 머무를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삿포로 하면 여러가지 대표 음식들이 있지만 마침 숙소 근처에는 유명한 스프카레 맛집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곳인 스아게 플러스.
요즘은 한국에서도 스프카레가 제법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그래도 현지에서의 첫 스프카레에 왠지 두근두근. 예상했었던 맛과 다르지는 않았지만 얼큰하고 달콤한 맛이나는 북해도 야채들 본연이 살아있는 맛이 참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식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스아게 가까운 곳에 있었던 바리스타트 커피.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유제품과 우유가 발달하고 유명한 북해도이기에, 북해도 우유 종류에 따라 다른 라떼 메뉴를 선보이는 바리스타트 커피.
3종류 중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토카치 지역의 우유를 사용한 라떼를 주문했다. 더운 날씨였지만 라떼아트가 보고싶어 따듯한 라떼로. 가격은 680엔. 일반적인 라떼보다 크기가 플랫화이트 정도로 작았고, 부드럽고 우유의 단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바리스타님이 한국인이셔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테이블 하나 없는 작은 공간에, 아마도 여행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하트가 남은 모양 -
숙소 바로 옆에 있던 작은 쥬스바 Little juice bar.
한번 가 봐야지, 했었는데 결국 못갔다.
역시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카페 pool.
기대만큼 좋았고, 그래서 두 번을 다녀왔다.
한 번은 호박 치즈케익과 비엔나 커피를, 여행 마지막날을 앞둔 밤에는 시그니처 메뉴인 오무라이스를 먹었다.
저녁에는 슬슬 걸어 오도리 공원으로 향했다.
삿포로 여행의 상징과 같은 티비 타워. 매일 오고 가며 몇번이나 보게 되는, 익숙한 모습.
오도리 공원에서는 한창 맥주 축제 시즌이라 각 맥주 회사별로 부스에서 맥주 축제가 한창이었다. 알쓰이지만 왠지 갈증이 나기도 하고, 기념이다- 싶은 마음에 테이크아웃 한 삿포로 생맥주.
티비타워 근처의 시계탑. 시간이 늦어서 입장이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딱히 안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지나가며 한번 둘러보았다.
삿포로시 구청사의 모습 - 왠지 이국적인 건물.
오도리 공원은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늘 복작였던 것 같다. 동네 주민도, 직장인들도, 나 같은 여행객들도- 모두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여유를 누리는 그런 공간.
오사카 난바역에 글리코상이 있다면 스스키노에는 닛카상이 있지.
아직 전차가 다니는 시내. 하지만 딱히 탈 일이 없었기에 타보지는 않았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버스도 타지 않았었네.
로손은 요즘 레몬 페어 시즌인가 보았다.
편의점 벽에서 세븐틴 발견!
유제품의 지역답게 거의 모든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에는 북해도산 우유 사용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북해도 우유가 들어갔다는 이 아이스크림바에서는 진득하고 아주아주 달달한 연유맛이 났다.
모찌롤도 삿포로 로손의 모찌롤에는 북해도산 우유를 사용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보고니 왠지 기분탓인지 더 리치한 맛이 났던 것 같기도 하고....
호로요이 한정 시리즈 -
북해도라는 말이 적힌 우유들을 참 많이 마시고 온 것 같다. 왠지 제주도에서 감귤 음료 꼭 마셔야 할 것 같은 그런 비슷한 마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