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눈물 공장

by 휴운


가짜 눈물 공장


9살이 되던 해,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눈물 공장’으로 견학을 갔다.

거기선 가짜 눈물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 슬프지 않아도 울 수 있는 훈련, 슬픈 표정을 짓는 연습, 슬픔 소리를 내는 법까지.


“진짜 감정은 비효율적이에요.

울면 눈이 붓고, 수업에 방해가 되고, 위로해 줘야 하잖아요.”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이들은 눈물약을 뿌리고, 자극 스피커 앞에서 ‘가짜 눈물’을 잘도 흘렸다.

나는 혼자 눈치만 봤다. 약을 뿌려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진짜 슬퍼야 눈물이 나는 건데, 아무 감정도 없으니 눈이 마르기만 했다.


며칠 후, 나는 공장 구석에서 낡은 문 하나를 발견했다.

“사용 금지”라고 적혀 있었지만, 문틈 사이로 아주 조용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살금살금 들어가 보았다.


그곳엔 누군가의 마음이, 감정이, 눈물이 그대로 굳어 있었다.

잊힌 감정들이 병에 담겨 먼지처럼 쌓여 있었다.

‘진짜 울고 싶었지만 참았던 마음’

‘울어도 아무도 몰라서 더 슬펐던 마음’

‘기뻐서 울고 싶었지만 창피해서 삼킨 마음’


그 감정들 앞에서 나는 조용히 울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아무 약도 쓰지 않아도, 눈물이 흘렀다.


며칠 뒤, 우리 반 서진이가 조용히 사라졌다.

공장에서 연습하던 중, 정말로 울었기 때문이다.

“진짜 감정은 곤란하니까요.”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서진에게 작은 병을 하나 건넸다.

‘내가 울 때 함께 울어 준 사람’

그 안엔 내가 직접 흘린 진짜 눈물 몇 방울이 담겨 있었다.

서진이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 나는 감정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불편해도 괜찮다고, 울어도 된다고, 나부터 말해 보기로 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아도, 그게 마음이 없다는 뜻은 아니니까.


가끔은 나 혼자 공장 뒤편 감정실로 간다.

감정 병에 라벨을 붙이며 천천히 정리한다.


‘누가 나를 알아봐 준 것 같은 기분’

‘마음이 무거웠다가 조금 가벼워지는 순간’

‘어느 날 문득, 내가 괜찮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요즘은 눈물이 잘 나지 않아도 괜찮다.

왜냐하면, 내 마음은 다 여기에 살아 있으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