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또 혼자야.”
요즘 들어 나연이는 자주 혼자였어요.
점심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 조별 활동을 할 때도요.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수빈이랑 단짝이었고,
놀이터에서도, 도서관에서도 항상 함께였죠.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요?
수빈이는 다른 친구랑 점점 가까워지고,
나연이는 자꾸만 바깥쪽 자리로 밀려났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나연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그저 가끔 장난으로 말한 게 기분 나빴던 걸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들쑥날쑥했습니다.
그날도 나연이는 도서실 구석에 앉아 혼자 창밖을 바라보다가,
책장 밑에서 낡은 안경 하나를 발견했어요.
‘이건 뭐지?’
도수가 없는 투명한 안경.
하지만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어요.
호기심에 안경을 써 보자,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그 순간—
앞자리에 앉은 지훈이의 머리 위에 말풍선이 둥실 떴어요.
[아… 오늘도 틀렸네. 선생님한테 또 혼나겠다…]
“으앗?!”
깜짝 놀란 나연이는 얼른 안경을 벗었어요.
그러자 말풍선은 사라졌습니다.
“혹시… 이 안경, 마음이 보이는 안경인가?”
떨리는 손으로 다시 써 보자,
이번엔 옆자리 유나의 머리 위에도 말풍선이 떴습니다.
[나 오늘… 아무도 내 생일 기억 못 하는구나…]
나연이는 숨을 삼켰어요.
조용히 유나에게 초콜릿을 건넸습니다.
“오늘… 생일이야?”
유나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활짝 웃었어요.
“고마워! 아무도 몰라줄 줄 알았는데!”
그날부터 나연이는 ‘두근두근 안경’을 쓰고 친구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았어요.
도움을 줄 수 있을 때는 용기를 내 보았고,
누군가 힘들어할 때는 말없이 곁에 있어 주었죠.
그러다 마침내—
수빈이의 머리 위에도 말풍선을 발견했어요.
[나연이한테 질투했어. 선생님이 늘 나연이만 칭찬하니까…
나연이도 날 싫어하나 봐…]
그 말풍선을 보는 순간, 나연이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수빈이가… 나를 싫어한 게 아니었어?
나도 서운했는데, 수빈이도 그랬구나…’
나연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요.
“수빈아, 우리 예전처럼 같이 걷자.
그때… 내 마음 제대로 못 전해서 미안해.”
수빈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어요.
“나도… 미안. 그냥, 네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어.”
두 친구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란히 걸었어요.
하늘 위엔 아주 작게, 말풍선 하나가 떠 있었죠.
[다시 얘기하게 돼서… 진짜 다행이다.]
며칠 후, 나연이는 도서실에 안경을 조심스레 돌려놓았어요.
‘이제는 안경 없이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매일 아침, 나연이는 친구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해요.
“오늘은 누구 마음이 두근두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