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파는 가게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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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는 늘 같은 말만 되풀이했어요. "잘 모르겠어요."

장래희망 발표 시간에도, 반 친구들이 하나씩 손을 들고 말할 때에도, 우진이는 조용히 입술만 깨물었어요.

"나는 수의사가 될 거야!" "나는 게임 개발자!" "나는 유명한 유튜버 될 거야!"

모두가 꿈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는 것 같은데, 우진이는 자꾸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집으로 가는 길, 우진이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어요. "나도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였어요. 비 오는 골목길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꿈을 팝니다>

단, 환불은 불가합니다 -

작은 종탑이 달린 가게, 창문 너머로는 병 속에 담긴 작은 불빛들이 보였어요.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열자, 은은한 종소리와 함께 가게 안이 밝혀졌어요. 노인이 웃으며 인사했죠. "어서 오렴, 꿈을 사러 왔니?"

우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병마다 라벨이 붙어 있었어요. <우주비행사의 꿈> <화가의 꿈> <발명가의 꿈>...

우진이는 가장 반짝이는 병 하나를 골랐어요. <모험가의 꿈>


병뚜껑을 여는 순간, 눈앞이 어지러워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더니 우진이는 깊은 숲속에 떨어졌어요.

맹수의 울음소리, 비바람, 굶주림, 외로움. 하지만 그 끝엔 찬란한 풍경과 함께 살아난 동물 친구들이 있었어요.

깨어난 우진이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어요. "힘들었지만... 멋지긴 했어."

그 뒤로도 <화가의 꿈> <과학자의 꿈> <마법사의 꿈> 하나씩 병을 열었어요.

무대 위에 선 아이돌, 복잡한 수식 속에 앉은 천재 과학자, 붓질로 세상을 바꾸는 화가.


하지만 꿈 속을 다녀올수록, 우진이의 표정은 점점 흐려졌어요.

"이건... 다 멋지긴 한데, 진짜 내 마음이 뛰는 꿈은 아닌 것 같아."

우진이는 마지막으로 노인에게 말했어요. "저한테 꼭 맞는 꿈은 없나요?"

노인은 조용히 한 병을 건넸어요. 그 병에는 아무 라벨도, 불빛도 없었어요.

"이건 비어 있는 꿈이란다.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는 꿈이지. 네가 직접 담아야 한단다."

우진이는 병을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날 밤, 노트를 펴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는 어떤 걸 좋아하지?' '요즘 가장 재미있었던 건 뭐였지?'


며칠 뒤, 우진이는 새 공책을 들고 학교로 갔어요.

"얘들아! 우리, 각자 자기만의 꿈을 써 보는 건 어때? 누가 알려준 게 아니라, 스스로 정한 진짜 꿈!"

처음엔 어색했지만, 하나둘씩 친구들이 말했어요.

"나는 동물한테 말 거는 법을 배우고 싶어!" "나는 내가 만든 로봇으로 공연하고 싶어!"

우진이는 웃었어요. 자신도 몰랐던 꿈이 자라나고 있었어요.

그의 병 속엔 아직도 아무것도 없지만,

그 안엔 매일매일 작은 꿈의 조각들이 조용히, 단단히 쌓여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우진이는 알았어요.

"꿈은 사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쌓아가는 거구나."

밤하늘의 별빛처럼 우진이의 눈이 반짝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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