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by 휴운

*

누군가에게 마음이 기우는 순간은 언제일까. 지성이면 지성, 외모면 외모. 게다가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씨까지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매력들로 중무장한 사람에게는 그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이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필살의 매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선망의 마음이나 동경하는 마음을 품을수는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마음에 깊이 품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반대일지도 모른다.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만 보여준 친절함. 늘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사람이 마치 어린아이같은 귀여운 모습으로 무장해제 된 모습을 보았을 때. 한 가지 색으로 꽉 차 있을 것만 같았던 대상에게서 발견한 예상치 못한 틈 사이로,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씩 남겨 놓는다고 한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깨진 구슬을 하나씩 꿰어 넣는다.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 부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의 돌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돌담을 살펴보면 돌과 돌의 사이를 메우지 않고 있다.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른 사람이 들어설 수가 있는 빈틈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리적 틈새가 아닌 제 2의 틈이 존재할 때 비로소 유의미한 인간관계가 성립된다.

내 마음에 빈틈을 내고, 나 자신의 빈틈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들의 빈큼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제주도의 돌담처럼, 페르시아의 흠처럼. 영혼의 구슬처럼.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으며 더 안정적으로 매력을 완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더 안정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그렇게 '빈틈'의 매력을 인지하고 키워가는 것이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월동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