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는 마음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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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림'

단순히 '원하고 바란다'는 의미로 생각했던 나에게 사전적 의미는 조금 더 분명하고 세세한 느낌으로 새로이 다가왔다. 그제서야 내가 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기대하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는지 납득이 갔다.

무언가 기대한다는 것은 무려 세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이었다.

첫째로는 무언가를 '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야' 한다. 다음으로는 그 무엇이 실제로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한 일. 이렇게 '기대'라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인내심을 요하며 마음의 품이 드는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점점 기대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을 수 밖에.


인생에서 내가 무언가를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디폴트값에 가까웠다. 차라리 나는 무엇도 원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살아가다가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들에 감격하는 일이 더 마음의 건강에 이로운 일이었다.

무언가를 원하고, 갈망하는 순간 그것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애를 쓰고 노력한다고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이 수없이 많으니까. 결국은 심신수련의 자세로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때까지 여러 노력을 기울이며 기다림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른다.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게 되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갖기 위해 바둥거리고 애를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나를 슬프게 만드는 실망과 속절없는 기다림의 시간들을 감내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비록 더 감동적인 순간들을 만날수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내 마음 다치고 서글퍼지는 일은 분명 줄어들테니까.


하지만 요즘들어 그런 마음이 위험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도 원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다가올 어떤 것을 바라고 희망하지 않는 것은 진짜의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비록 실망하고 좌절하고, 막막하고 먹먹해지더라도 원하고 바라는 마음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있어야 매일을 살아갈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기대하는 마음의 종착지는 실망이 아니라, 실은 희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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