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메아리 되어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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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갈등이 발생한다. 집에서 가족끼리도 투닥이는 것이 일상인데, 서로 다른 서른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서로 니가 먼저 그랬잖아, 내가 싫다고 했잖아, 너 때문에 그렇거든. 단골 레퍼토리들은 정해져 있다. 서로에게 화를 내며 싸울 때마다 하는 대화들을 메들리로 만들어 음반으로 제작해도 될 것 같다.


서로 콧김을 씩씩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아무런 반응도 없는 두껍고 높은 벽에다 포효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라는 것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성을 띄는 것이다. 마치 마주보고 탁구 경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상대가 맞은 편에서 보내는 공의 세기와 나에게로 향하는 위치, 상대방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것.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탁구 경기와는 거리가 멀다. 오락실의 복싱 펀치머신에 전력 질주하여 꽝! 하고 내리꽂는 펀치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느낌으로 자기 감정만 쏟아내다 보니 그들의 대화 사이, 그리고 그 주변에까지도 각자의 과잉된 감정 뭉텅이들만 수북하게 쌓여간다.


하루에도 197번 이상씩은 복싱 펀치같은 대화 사이에서 대신 어퍼컷을 맞아가며 땅에 널부러진 감정과 마음들을 주워 담는다. 이렇게 내 마음 툭툭 던져버리지 않고, 조금만 더 잘 다듬어서 상대방의 손에 차분히 쥐어준다면 좋을텐데. 내 진심, 조금만 더 진심을 담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면 서로의 마음 다치지 않을텐데. 물론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른인 우리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 어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또 한편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상대방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메아리를 전하는 방법. 그것은 공감과 진심이 전부다. 내 감정만 와다다 쏟아내기 전에, '네가 참 속상했겠구나.' 한마디만 먼저 건넨다면 아마 마법처럼 내 맞은편 사람의 표정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화와 울분이 아닌 진짜 나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그 사람은 내 마음을 분명히 알아차려 줄 것이다.

공감과 진심이 만들어내는 마음의 메아리. 그 마음의 메아리는 생각보다 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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