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로 말할 것 같으면 INFP 인간의 전형인 사람이다. 실제로 MBTI 검사 결과 거의 99.9% 동일한 결과로 측정되기도 했고. SNS에 떠도는 조금 과장된 듯한 INFP인의 밈들에 등장하는 장면과 속마음들을 보며 속으로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다. 이거... 누가 나를 사찰해서 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쩜 하나같이 다 내 이야기 같은지.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은 피로해하면서, 또 외로움은 외로움대로 타는 모순을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굳이 관계 속의 피로와 홀로 있는 외로움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큰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실은 혼자 있는 것을 어려워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는 성격이라 외로움을 크게 자주 느끼는 것은 아니다. 혼자 밥먹기, 혼자 해외 여행가기, 혼자 영화보기 정도는 이제 조금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가끔씩은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외로움이라기 보다는 근원적 고독에 가까운 감정인데,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려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친구와 또래들은 모두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나는 그 둘에 모두 해당되지 않으니 자연히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더 혼자의 삶이 공고해지는 것 같다. 슬프지만 생의 공감대를 나눌 상대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 혼자라서 자유롭지만, 혼자라서 이따금 외로워지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지닌 외로움이라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자 한다. 누군가는 나의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전혀 공감하지 못할 만큼 여백 없이 빼곡하게 가득 찬 삶을 살아가고 있을테니까. 오히려 나의 이 외로움을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어디선가 잠자코 숨어있던 외로움이 불쑥 고개를 내밀 때, 혼자이기에 가능한 자유로움을 꼽아 끄적여 본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위주로. 최대한 잉여롭고, 비생산적이며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 것이면 좋겠다.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키고 눈에 보이는 대단한 발전과 결과물은 없지만 그냥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것. 그런 것들을 하는데에 나의 외로움들을 기꺼이 내어주고 싶다. 그렇게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내 안에 채우기 위하여 나의 외로움들을 하나 둘 꺼내어 쓴다면 금새 손에 쥔 외로움들이 동이 나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