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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은 참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나는 그걸, 어느 화요일 오후에 다시 알았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무심하게 던진 말 한마디가 있었다.
별것 아니었는데, 그날의 나는 그걸 크게 받아들였다.
갑자기 속이 훅 내려앉았다. 왜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사소한데 유난히 오래 가는 날들.
그날 저녁의 나는 분명히 100이었다.
분노든, 서운함이든, 부끄러움이든—정확히 백의 온도로 펄펄 끓고 있었다.
잠들면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나의 감정은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참 답답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날의 나는 어제만큼 뜨겁지 않았다.
한 50쯤?
아직 마음 한쪽이 씁쓸했지만, 누군가의 농담에 웃을 수 있을 만큼은 내려갔다.
이게 꽤 놀라웠다.
일주일쯤 지나니까 또 절반이 날아갔다.
여전히 떠오르긴 했지만,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다 친구한테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나는 이미 그 일을 ‘별것 아닌 에피소드’처럼 말하고 있었다.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이게 감정의 반감기구나.
사라지진 않는데, 줄어드는 방식으로 나를 살게 하는 어떤 시간의 기술.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한 달쯤 지나도, 아주 약한 그림자처럼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꼭 나쁜 기분이 든 건 아니다.
이 정도면 들고 다닐 만한 무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를 짓눌렀던 감정이
지금은 그냥 내 하루에 가볍게 묻어 있는 먼지 같은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마음의 잔여량을 견딜 만한 크기로 줄여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감정을 지우는 게 아니라, 지울 수 없으니까
그저 내가 들고 걸을 수 있을 만큼만 가볍게 만드는 일.
나는 요즘 그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너무 크게 반응하지 말 것.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절반쯤 나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시간이 일하는 속도를 믿어볼 것.
오늘의 나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감정들을 싣고 걷는다.
다만 이제는 안다.
이 무게는,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남아 있다는 걸.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벼워지는 방향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