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오늘은, 오늘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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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행 중이다. 치앙마이, 처음 방문했던 후로 9년만에 다시 찾은 치앙마이. 처음 이 도시를 찾았을 때의 그 여유로움과 분위기와는 조금 달라진 기분도 든다. 이 곳의 분위기가 그 때와 달라져서 일 수도 있고,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늘 홀로 여행을 떠나기에 여행은 뭐랄까. 자원해서 떠나는 합숙캠프 같다. 홀로 여행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과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만큼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무수하기에. 매일이 아니, 매 순간이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인데다 누구도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므로. 내가 나를 어르고 달래며 어쨌든 무사 귀환까지 이루어내야 하는 미션의 릴레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늘 여행중에는 하루 단위로 생이 채워지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 뭐 하지?’ 생각부터 하게 되니까.

엑셀시트에 분단위로 쪼개어 계획을 세우는 J형 여행자와는 거리가 멀기에 늘 그 날, 아니 그 순간 내가 향할 곳과 할 것들을 고민한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체감상 먼 미래가 되고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오직 이 순간. 불가피하게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진할 수 없게 된다.

최근 감명깊게 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 드라마 미지의 서울.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 중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구절이 나온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고. 그러니 오늘을 살 것. 딱 하루만큼만, 하루씩만 살아갈 것.

마음이야 늘 그렇게 먹지만 현생을 살아가면서 어디 그 마음을 실천하기가 쉬운일인가. 어제의 실수가 잠들기 전 하이킥을 부르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칭얼거리며 잠들기가 일쑤이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매 순간 내뜻대로 되는 것이 2할도 되지 않는 이 생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오늘 하루라도 무사히 보내는 일인 것을.

오늘은 오늘.

어제의 미래였고, 곧 어제가 될 오늘 이 순간을

잘 버티어 보자고.

매일이 원데이 투어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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