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발렌타인 데이의 풍경

by 휴운


*

2월 14일은 이상하게도 공기가 조금 달라 보인다.

편의점은 분홍색이 많아지고, 카페에는 초콜릿 메뉴가 늘어난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날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일 중 하루일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발렌타인 데이는 늘 남의 이야기 같았다. 괜히 SNS를 스치듯 넘기고, 광고 문구를 대충 읽고, 오늘 날짜를 다시 확인해보는 정도. 특별히 설레지도,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않은 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꼭 누군가가 있어야만 의미가 생기는 날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초콜릿이 상징이 되었을 뿐, 사실은 겨울 끝자락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 같은 날이다.

해가 조금 길어졌고, 바람은 여전히 차지만 어딘가 느슨해졌다. 계절이 조용히 방향을 바꾸는 시점.


나는 그날 저녁, 특별할 것 없이 평소처럼 시간을 보낸다. 대신 괜히 따뜻한 음료를 한 잔 마신다거나,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하루를 정리한다.

세상이 떠들썩해도 내 하루의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안정감이 오히려 좋다.


발렌타인 데이가 꼭 누군가를 향한 날이 아니라면, 이렇게 흘러가는 날이어도 괜찮겠다.

초콜릿이 없어도, 이벤트가 없어도, 2월 14일은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날을 별일 없이 잘 보냈다는 사실로 충분하다.



어쩌면 나에게 발렌타인 데이는 특별해지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다.

그게 오히려, 조금은 편안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해빙은, 서서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