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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가끔은 은근히 따른다. 시험 날엔 괜히 검은색 옷을 피하고,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엔 같은 향수를 고집한다.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그렇게 한다. 안 하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아서.
어릴 때는 어른들이 해 주던 말들이 다 미신이었다. 밤에 손톱을 깎지 말라거나, 문지방을 밟지 말라거나. 그땐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했다. 머리로는 웃어넘기면서도 몸은 살짝 조심하는 식이었다.
생각해보면 미신은 미래를 바꾸겠다는 거창한 믿음이라기보다, 불안을 다루는 방식에 가까운 것 같다. 결과를 내가 통제할 수 없을 때,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붙잡고 싶어지는 마음.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다’는 작은 위안. 미신은 논리보다는 감정의 편에 서 있다.
그래서 나는 미신을 완전히 비웃지도, 완전히 신봉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려는지 한 번쯤 생각해본다. 정말 그 행동이 필요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불안해서인지. 가끔은 그 질문 하나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미신을 하나씩 품고 사는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이성적이기엔 세상이 너무 불확실하니까. 그러니 가끔은 그런 나를 너무 타박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미신이 나를 대신해 선택하게 두지는 않으면서.
믿는다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달래며 살아간다. 그게 꼭 합리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결국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