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버리고, 채우는 일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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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나는 버리는 것을 즐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필요 없어진 것들을 모아 버릴 때의 쾌감이랄까. 지금 당장 쓰지 않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 입지 않은 옷, 보지 않은 책 등등. 수시로 모아서 버리거나 비워내고 처분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다고 해서 늘 주변이 텅 비어 있는 것은 아닌데, 왜 그럴까)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에 거의 매주 출석 도장을 찍은 적도 있다. 가끔 수시로 무언가를 버리는 나를 보며 엄마나 친구들은 ‘그러다가 나도 버리겠다’며 우스갯소리를 건네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버리면 안 될 것을 버리거나 지우면 안 될 파일이나 문서를 지워버리는 바람에 업무를 하다가 난감해지기도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버리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나도 모르게 무엇이든 일정 수준을 유지하려는 마음, 그리고 지나간 것들 비워내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이미 가득 차 있는 상자에 새로운 것을 담으려면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어야 하거나, 다 담지 못해 흘러넘치게 되니까.

수시로 비워내며 새로운 것, 앞으로 채워야 할 것들을 위한 준비를 하는 마음이 아닐까.

잘 채우기 위해 잘 버리고 비워내는 일.

더 새롭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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