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출입금지구역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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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레벨이 높지 않은 편인 데다 내향인인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가끔은 소진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분명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 부터는 자아가 증발되어 버리는 것만 같다.

사람은 내 입장에서의 사고방식대로 상대방을 대하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에게 서슴없이 묻고 답하고 행동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혹시 나의 질문이 상대방을 곤란케 하지는 않을까. 나의 이런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무례하거나 거슬리는 것이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항상 모든 영역에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는 나만의 출입 금지 구역이 몇 존재한다.

이 영역에서만은 나 혼자 몸과 마음을 웅숭그리며 고요히 존재하고 싶은.

이 공간, 이 순간, 이 분야에 관해서만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나 혼자의 것이었으면 하는.

퇴근 후에는 직장과 관련된 모든 사람과 연락들의 출입 금지.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례한 말과 행동들의 출입 금지.

감정적인 피로도를 높이는 모든 자극들의 출입 금지.

마치 조선 말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버금가는 폐쇄적인 성향이라 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자발적인, 그리고 적극적인 출입금지 구역지정이

어쩌면 나를 더 평안하게.

안전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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