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현관이라는 공간은 늘 일종의 '경계'처럼 느껴졌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9와 4분의 3 승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그곳을 기점으로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기분이 든다.
그곳에서 나는 모든 것을 벗어던진 채 날것으로 존재하던 나를 잠시 갈무리한다.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세상으로 나갈 '또 다른 자아'를 꺼내어 입는 시간. "오늘은 무엇을 해야지, 어떻게 살아내야지"라는 다짐들로 마음을 단단히 무장한다. 짧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나지막이 읊조린다. "자, 이제 시작이야." 차가운 문고리를 쥐어 돌리는 손에 나도 모르게 묵직한 힘이 실린다.
정작 현관을 나선 뒤의 일상은 다짐을 떠올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때로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도 있고, 불안할 만큼 평화로운 날도 있다. 자연재해처럼 들이닥친 사건이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듯한 슬픔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몰랑거리게 녹여주기도 한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마치고 다시 그 문 앞에 서면, 비로소 선명하게 깨닫는다. 나는 온종일 이 문을 열고 경계 안으로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음을. 아침에 비장하게 나섰던 이 길을 되돌아와, 긴장을 내려놓고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으로 안착하고 싶어 했음을 말이다.
비장했던 나를 배웅하고, 고단했던 나를 가여워하며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
매일 나는 현관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