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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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곳을 도착지로 지정하고 검색 버튼을 누른다. 대중교통, 자가용, 도보 등 다양한 이동수단의 종류에 따라 많은 선택지들이 촤르르 펼쳐진다.

지도 앱의 길 찾기 기능의 친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그곳에 도착할 수 있는 경로를 다양한 기준에 맞추어 제시해 준다. 최단거리로 가는 방법, 최소한의 도보로 가는 방법. 최소 환승으로 가는 방법, 최소 시간으로 가는 방법 등. 오히려 많은 방법의 선택지들이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다.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아마 최종 선택은 각자의 우선순위의 차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나의 선호도를 고백하자면 주로 첫째는 최소 시간, 둘째는 최소 환승의 경로이다.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것은 그저 나에게 중요한 것은 1분이라도 빨리 목적지에 당도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효율성을 우선으로 둔 선택. 그리고 최소 환승의 경로를 선택하는 이유도 역시 단순하다. 이리저리 다른 이동 수단으로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다.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에 서서 환승해야 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일, 지하철에서 내려 환승역을 향해 걸으며 느껴지는 무릎의 시큰거림. 목적지에 당도하기도 전에 이미 방전되고 싶지 않음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세상사는 일, 내가 원하는 선택만 하며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아무리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아도 환승을 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목적지. 깜짝 폰 화면 속에 푹 빠져있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버린 순간. 내려야 할 정류장을 착각하여 엉뚱한 곳에서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 그럴 때는 한동안 거리두기 하며 지냈지만, 갑자기 도움을 청해야 할 타이밍에 쭈뼛거리며 '잘 지내?' 하고 어색한 안부를 건네는 사람처럼 슬그머니 '환승'이를 찾게 된다.


여전히 언제 어느 곳에서도 나를 위해 친절한 탐색을 마다하지 않는 지도앱의 도움으로 서먹한 친구 환승이를 만난다. 언젠가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던 친구도 있고,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낯선 친구도 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어색하게, 또는 긴장된 표정으로 만난 환승이는 나에게 새로운 장면들을 보여준다.


늘 다니던 길, 혹은 익숙했던 경로에서 벗어나 낯설지만 새로운 풍경들. 그 장소를 이렇게도 갈 수 있었단 말이야? 마치 새로운 게임 공략법을 전수받은 기분으로 낯선 풍경들을 눈 속에 담는다. 아주 조금 다른 시도를 해 보았을 뿐인데, 그 조금의 일탈이 스스로를 마치 일상 탐험가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당연하거나 유일하다고 생각했던 것. 바꾸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 없이 관성적으로 흘러가던 일상에서 약간의 파격 같은 것. 어쩌면 쉼표가 될 수도,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되어줄 수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환승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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