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속도

by 휴운

*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폭을 맞추게 되는 사람이 있다. 누구 하나 말하지 않았는데도 발걸음이 비슷해진다. 반대로 아무리 애써도 속도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은 계속 앞서가고, 다른 한 사람은 조금 뒤에서 따라온다.


예전에는 그게 괜히 신경 쓰였다. 내가 느린 건 아닐까, 혹은 내가 너무 빨리 가는 건 아닐까. 속도를 맞추는 게 관계의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히 걸음을 늦추거나, 반대로 조금 더 서둘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편안한 속도가 따로 있다는 것을. 어떤 사람은 천천히 오래 걷는 데 익숙하고, 어떤 사람은 빠르게 움직였다가 잠깐 멈추는 걸 좋아한다. 같은 길을 가더라도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가끔은 속도를 맞추지 못해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기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그걸 멀어짐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본다. 서로의 속도가 달랐을 뿐이라고.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면 다시 나란히 걷게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삶도 비슷하다. 누군가는 이미 저만치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고, 누군가는 아직 출발선 근처에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걷는 길은 애초에 같은 트랙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덜 서두르려고 한다. 누군가와 보폭이 맞으면 그게 고마운 일이고, 맞지 않으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중요한 건 결국 내가 무리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속도를 찾는 일이다.


서로 다른 속도로 걷고 있어도,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날들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여백이라는 이름의 숨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