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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현상. 사전은 이를 ‘지속하던 물질을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증후군’이라 정의한다. 대개 담배나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을 떠올리지만, 실상 우리 삶에서 가장 지독한 금단현상은 익숙했던 존재가 사라진 뒤의 공백에서 온다.
무언가에 깊이 빠져든다는 것은 그만큼의 통증을 담보로 맡기는 일이다. 내 삶에서 무언가를 덜어내는 일은 결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존재가 내 삶에서 차지했던 부피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그가 없는 풍경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무언가를 삶에 깊이 들이는 일이 점점 두려워진다. 모든 인연에는 저마다의 유통기한이 있지 않은가. 언젠가 그것이 사라진 뒤 겪어야 할 시린 시간을 생각하면, 섣불리 마음의 빗장을 열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스쳐 가는 바람 같은 만남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잠시 곁을 머물다 떠나가도 삶이 휘청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 깊이 들여놓은 것일수록 떠난 뒤의 공동(空洞)이 깊다. 그 공허의 틈새로 일상의 찬바람이 속수무책 스며든다.
나는 이제 새로운 금단현상을 앓고 싶지 않다. 이미 내 삶에 깊이 뿌리내린 것들 외에, 나를 흔들 새로운 중독을 허락하고 싶지 않은 밤이다. 다만, 언젠가 필연적으로 마주할 이별의 금단현상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정중하고 덜 아프게 겪어낼 수 있을지, 그 서글픈 면역력을 고민해보게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