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편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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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지독한 편식쟁이다. 식탁 위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도처에서 나는 줄곧 기우뚱한 취향을 고수해 왔다. '골고루'라는 단어가 금과옥조처럼 군림하던 시절, 나의 편식은 고쳐야 할 결핍이자 선도의 대상이었다. 유년의 우리에게 주입된 논리는 명쾌했다. 성장의 결정적 시기에 발생하는 영양의 불균형은 돌이킬 수 없는 낙오를 의미했으니까. 그 성장의 압박은 꽤나 서늘하고도 설득력 있게 우리를 길들였다.

이 강박적인 '편식 금지령'은 책장과 일상으로도 번졌다. 마음이 기우는 탐닉보다는 '글밥'의 무게를 견뎌야 했고, 낯선 설렘보다는 '경험'이라는 명목하에 온갖 소란스러운 분야에 자신을 투신해야 했다. 편식하지 않는 삶만이 온전한 어른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성장의 계절을 지나 홀로 서는 법을 배운 지금, 나는 편식을 전혀 다른 온도로 대면한다. 모든 영혼에게 '골고루'라는 획일적 레시피를 들이미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혈압을 앓는 이에게 과일의 단맛을 강요할 수 없듯, 나의 생업과 무관하며 영혼을 소모하기만 하는 소음들을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할 이유는 없다.

이제 나에게 편식은 나를 지켜내는 정중한 거절이다. 나에게 맞는 것들을 예민하게 골라내고, 맞지 않는 것들을 다정하게 밀어내는 감각. 더 오래, 더 평온하게 먹고 입고 행하며 살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과정이 어른에겐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 세심한 '배제'의 순간들이 모여 비로소 나라는 고유한 문장은 투명해진다. 어른의 편식은 철없는 고집이 아니다. 그것은 무질서한 세상 속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가장 고요하고도 치열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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