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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유리에 대문짝만하게 붙인 '초보운전' 스티커로도 보호받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한없이 쪼그라들던 날이 있었다. 모든 차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듯했고, 도로 위 모든 경적 소리는 나를 꾸짖는 호통처럼 들렸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생애 첫 걸음마의 순간도 이토록 떨렸을까. 운전대를 쥔 손바닥엔 식은땀이 흥건했고, 어깨는 잔뜩 경직되어 있었다.
'초보'라는 단어 안에는 생경한 용기가 담겨 있다. 중력을 거스르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섰던 그 첫 걸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비로소 달리는 법을 배우고 원하는 곳으로 향할 자유를 얻는다. 모든 시작은 서툴기에 조심스럽고, 때로는 두려움에 먹혀 그 자리에 멈춰 서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등에 땀이 흐르고 온몸이 몸살 기운으로 욱신거리던 그 '초보의 터널'을 지나지 않았다면, 나의 세계는 여전히 대중교통의 노선도 안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퇴근길 정체 속에서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몸을 맡길 줄 안다. 무엇보다, 늘 부모님의 뒷모습만 보며 졸던 아이에서 이제는 부모님을 뒷좌석에 모시고 맛있는 식당으로 향하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었다.
모든 초보의 시절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은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가장 정직한 입장권이다. 그래서 그 서툴렀던 시작점은 지금의 나에게 무엇보다 귀하다.